이완의 자세 소설Q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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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Q 시리즈 10번째는 김유담작가님의 「이완의 자세」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선녀탕에서 24시만수불가마사우나로 명칭이 바뀌고 건물이 증축되어서도 여탕의 세신사로 일하는 엄마 오혜자와 무용을 배웠고 전공했지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무용을 그만두게 되는 딸 유라의 이야기와 역시 야구밖에 몰랐으나 부상으로 인해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만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데 세신사로 일하는 오혜자로 인해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저도 잠시나마 동네목욕탕 세신사로 일하시던 할머니에게서 보살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매일 목욕탕에 가지는 않았고 가끔씩 목욕탕 여탕에 할머니가 때를 밀면서 저를 보살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에서야 이해를 하지만 당시 생업을 유지하느라 낮에는 문을 잠궈놓고 밤에 목욕탕에서 돌아오실 할머니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었으며 대소변을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렸기에 빨리 할머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이삿짐센터에서 이삿짐인부로 있었던 저희 아버지가 저를 보기 위해 할머니의 집에 갔으나 문이 잠겨 있어 굉장히 애를 먹으셨던 기억도 나고 나중에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할머니께서 집으로 찾아와 저를 키우고 싶다고 하셨던 생각도 납니다.
사실 그 때 이후로 여탕에 가본 적도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는 데 형편상에 어려움도 있었으나 같이 손잡고 대중목욕탕에 갈 사람이 없었기도 했으므로 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한다는 것은 설이나 추석 당일에나 갈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겼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집에 샤워기도 있고 욕조도 있어서 딱히 대중목욕탕에 갈일이 없었는 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서 대중목욕탕에 한 달정도 목욕비를 선불로 내어 간 적도 있었습니다.
한때는 세계적인 무용수가 되길, 메이져리그에 진출하여 크게 이름을 알릴 야구선수가 되길, 자신의 엄마처럼 지긋지긋하게 살지 않길 바라던 때가 그들에게 있었으나 한계를 느끼거나 실패에 부딪쳐 방황하던 「이완의 자세」속 인물들을 보며 한때 막연하게나마 꿈이나 다짐같은 것이 있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했던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들은 시작이라도 했지만 시작도 하지 않아 실패를 경험하지도 못한(실패를 경험할까봐 두려워서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이 맞겠죠.)제가 다시 희망이나 목표를 가지며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또 제게 주어진 인생이 지겹도록 길지 아닐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돌아가는 건조기를 바라보며 ‘이완의 자세‘를 취해봅니다.
(생각해보니 여탕에서 수리부인과 엄마가 옥신각신하는 장면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김유담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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