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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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작가님의 「폴링 인 폴」, 「참담한 빛」그리고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한 번 읽었던 (시간의 궤적)을 읽으면서 이국적인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게 되는 데 조금 늦었지만 무덥고 습기찬 여름에 출간된 세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를 읽으면서 제가 가보지도 못한 프랑스나 이탈리아 그리고 캄보디아같은 이국적인 풍경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했습니다.
(시간의 궤적)은 앞서 젊은작가상에서도 한 번 읽었지만 처음에 실린 탓에 구매하고 한 번 읽고 나머지는 손이 가지 않아 읽지 않았다가 제가 자주 가는 작은도서관에서 빌려와서 한 번 더 읽으니 느낌이 다르더군요.
먼 나라에서 살았고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사람들을 생각하면 음. 마음이 울적해지지만 그래도 그 곳에서 점차 적응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져서 안도를 넘어 잠시나마 저에게도 희망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름의 빌라)는 제목만 익히 들어봤지만 읽지 않아도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단편이라 생각이 들었고 읽으면서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았으며 의외로 (고요한 사건)이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였지만 칸딘스키의 작품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검색을 해보았더니 작품의 이미지가 단편 속에 녹아져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폭설)은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이 연상이 되었는 데 단순히 모녀간의 관계를 다룬 것만 같은 것이 아니라 이 중편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시작점이 되는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은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를 읽고 나서 봤던 동영상이 있었는 데 그 속에서 나온 인물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 느낌이 단순한 쾌감을 넘어서 인물과 그 인물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흑설탕 캔디)의 할머니같은 분이나 할머니의 대한 추억이 전무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손자들이 학교에 가고 난 후 홀로 공원에서 클래식을 들으며 피아노를 치고 싶어하는 할머니가 1층에 사는 프랑스인 할아버지 집에서 가서 사전의 단어를 찾으며 소통하고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서 저도 모르게 흐뭇하게 읽었습니다.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의 학원까지 빼먹으며 하루 같이 술을 마시고 바래다 주며 타야 할 버스에 올라타자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고 묻던 남학생의 입술에 입맞춤을 할 때 남학생이 느꼈던 감정을 저도 느낀 것 같아 싱숭생숭했어요.
(아주 잠깐 동안에)라는 단편은 매우 현실적인 단편이었는 데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하며 기다리고 있기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과 어려움에 처한 노인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충돌하고 노인 대신 자신이 리어카를 끌고 가는 아주 잠깐 동안에 벌어진 사고로 인해 결국 노인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이직을 하고 승진을 하며 6년간 살았던 낡은 아파트에서 벗어나 이사를 하고 또 임신했던 아내가 출산을 하고 또 둘째까지 낳으며 살아가는 그저 평범할 수도 있는 일상을 그려내고 있는 이 단편이 제일 인상깊게 다가온 것은 아마도 너무나도 현실적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 뒷면에 나와있는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라는 축복이나 눈부신 궤적이라는 의미를 알지는 못하지만 단편 하나하나가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 파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제 마음에도 파동을 일으켰던 「여름의 빌라」를 한동안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백수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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