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외진 곳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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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을 두드리다」이후 약 8년만에 출간된 장은진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 「당신의 외진 곳」을 읽었습니다.
이효석문학상의 영예를 작가님에게 안겨준 표제작이기도 한 (외진 곳)을 읽으면서 점점 떠밀려나가버리는 느낌을 받았죠.
도심에서 외곽으로 점점 더 사람조차 없는 외진 곳까지 밀려날 수 밖에 없었던 자매의 동생이 일본의 후쿠시마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서 돈을 벌며 사람처럼 살 수 있을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냉장고‘로 인해 사연이 생겨버린 (울어 본다)의 여자와 (수리수리 마수리)의 야광이로 불리는 아이와 남이 버리거나 무료로 주는 중고물품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여자, 반지하에 살면서 어머니에게 진실을 차마 말하지 못한 (이불)의 남자, 아파트에 살지만 누군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굳건히 믿고 있는 (망상의 아파트)의 남자,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고 가족 간의 개인적인 사연이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방치되어 있는 잡동사니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층집), 날이 가면 갈수록 더 뻔뻔해져 몸집이 커지고 있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매번 발로 차며 한시라도 자신의 삶에서 사라져주길 학수고대하는 (점거)의 여자도 기억에 남고 인상적이었지만 제가 「당신의 외진 곳」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고 앞서 언급하지 않은 단편 하나가 있는 데 (안나의 일기)라는 단편입니다.
제목만 들었때에는 자연스럽게 「안네의 일기」가 막연히 떠올랐는 데 당연하지만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더군요.
유아세례로 ‘안나‘라는 세례명이 있지만 ‘돈이 없기‘ 때문에 성당에 다니지 않았었는 데 성당에 있는 종탑의 종을 미사시간에 맞춰서 치는 일을 맡게 되었고 시간에 맞춰 종을 치는 일을 꾸준하게 하면서 일기를 쓰는 데 특이하게 일기장이나 공책에 쓰는 것이 아니라 건물외벽이나 공원의 벤치, 담벼락에 자신의 일상이나 이웃사람들의 면모, 함부로 퍼져서는 안되는 비밀이나 자신이 본 목격담등을 쓰고 다녀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 흥미로웠고 안나의 일기 속에 등장하는 이웃들을 상상하게 되더군요. 비록 이 것이 소설이고 결국 안나가 자전거를 타다 다치게 되어 더이상 일기를 쓰지 않게 되었지만 언젠가는 꼭 일기를 다시 써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민음사에서 출간되는 소설집의 디자인과 판형이 마치 시리즈처럼 계속 동일한 패턴으로 나오고 있는 데 읽다보니 칠이 벗겨져 속상합니다.
그래도 장은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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