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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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작가님의 장편소설「레몬」을 읽은 것이 2019년 4월이었으니까 벌써 1년이 다 되어갑니다.
다섯번째 소설집이었던 「안녕 주정뱅이」 또한 2016년 5월에 읽었으니 햇수로 치면 4년만에 읽어보는 권여선작가님의 여섯번째 소설집인 「아직 멀었다는 말」에서 가장 인상적인 단편을 꼽으라면 해설을 쓰셨던 백지은 문학평론가님처럼 저 역시 (손톱)을 선택하겠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이효석문학상의 영예를 안겨준 (모르는 영역)이나 카프카의 「변신」을 읽어보고 싶게 되는 (재), 말을 못하게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짐작가게 해주었던 (전갱이의 맛), 자식들의 의견이 충돌하는 (송추의 가을), 배경은 한국인 것이 분명한 데 인물들의 이름 때문에 확신이 없었던 (희박한 마음), 2개월짜리 기간제 교사가 등장하는 (너머), 읽고 나서 이 모자가 약간은 모자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던 (친구)가 실려있지만 전체적으로「아직 멀었다는 말」이라는 소설집 제목이 나올 수 밖에 없었고 다른 단편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던 (손톱)의 ‘소희‘라는 인물과 그 험난할 것이 분명한 삶에 푹 빠져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일부를 제외하고는 세상을 악착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손톱)에서의 소희를 보면 유독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주 매운 짬뽕곱빼기를 먹을 것인지 직장에 다니며 들어가는 식비나 교통비, 시간, 그리고 공과금과 소희이름으로 빌린 돈과 보증금을 들고 도망친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 언니를 기다리면서 지옥같은 삶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모든 것을 계산하고 또 계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를 투영하게 되어 마음이 울적하고 알 수 없고 보장되지 않는 미래에 불안해하며 이 소설집에 실린 이 단편을 읽었던 것 같아요.
모진 세월과 험한 세상을 살아내신 분명 소희보다 한 수 위인 할머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아직 멀었다는 말」이라는 제목이 자꾸만 와닿았던 것은 물론 (손톱)에서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솔직히 어느 단편에서 나왔더라도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언젠가 다가올 죽음이 ‘아직 멀었다는 말‘에서 주는 자그마한 자기위안이 들었지 않았나합니다.
권여선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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