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초 수조
최영건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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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영건작가님의 첫번째 소설집 제목이 「수초 수조」인지 「수조 수초」인지 가물가물했습니다.
그리고 표지가 약간 성의없어 보였지만 그런 것에 큰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수초 수조」에 실린 (수초 수조)를 포함한 7편의 단편들 속에서 비릿한 비냄새를 맡은 듯한 축축한 느낌을 받았는 데 아무래도 (더위 속의 잠)과 (수초 수조)를 제외한 모든 단편들에서 비가 내리거나 내렸거나 비가 오는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 때문에 그런 느낌 : 새벽하늘에 가는 비가 내리거나(감과 비), 거리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며(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탄 기차에서 만난 의문의 남자와 택시를 타면서 비거 쏟아지 시작하고(물결 벌레), 백진의 냄새가 나는 백진의 방에서 열린 유리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은하(싱크홀), 비는 아니지만 비와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눈이 천천히 묵직하게 허공을 가로질러 정원의 바위에 착지(플라스틱들)하는 그런 것들.
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위 속의 잠)이나 (쥐)에서 샤워를 하는 인물들이나 (싱크홀)이나 (수초 수조)에서 물에 담겨 있는 수초들이 물결을 일으키며 흔들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축축하고 몰캉몰캉한 느낌도 드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흔히 있을 작품해설 대신 박민정작가님과 인아영문학평론가님의 추천사가 있었는 데 아마도 표제작인 (수초 수조)가 바로 얼마전에 지면에 발표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때문에 5~6월로 출간예정이었던 이 소설집이 7월 중순으로 밀려난 것 같아요.)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전후로 단편들이 쓰여졌다고 하는 데 그래서인지 (플라스틱들), (감과 비), (더위 속의 잠), (쥐)에서는 아프고 노쇠한 노인들이 (물결 벌레)에서도 짧게 나마 이웃집 노인이 사라져 버린 지호의 아내와 의문투성이의 남자와 나를 위해 운전을 하여 박물관에 데려다주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사실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문득 제 기억 속에서는 사진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어떤 사람일 지 곰곰히 생각에 잠겼어요.
한편으로는 2년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인 「공기 도미노」의 가족구성원들을 「수초 수조」에서 또 다른 형태로 보게 된 것 같아 제가 그 당시에 「공기 도미노」를 읽고 썼던 글을 다시 한번 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작품들을 꾸준하게 읽어보고 싶습니다.
최영건작가님, 감사합니다.
(다소 성의 없어보이는 책의 표지도 인상적이지만 책 안에 분홍빛깔의 속표지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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