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송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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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의 내 삶은 형편없었다」로 첫 소설집을 내신 임승훈작가님과 같은 시기에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라는 제목으로 첫 소설집을 출간하신 송지현작가님의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앞서 읽었던 임승훈작가님의 첫 소설집 「지구에서의 내 삶은 형편없었다」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 데 아무래도 두 분이 비슷한 연배이시고 파랑새에서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이며, 소설집 수록된 단편들 중 탐정이 등장하기 때문이 아닐까 단순하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구에서의 내 삶은 형편없었다」의 무려 ‘이서진‘을 닮은 탐정이 새가 되어 사라져버린 아내를 찾으려고 했었다면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에 등장하는 탐정(탐정과 오소리의 사건 일지로 총 3편의 연작으로 이루어져 있고 봄과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에 걸쳐 탐정이 조수아닌 오소리라는 겨울잠을 자며 온갖 알바를 설렵했고 최저시급 만큼 대충 일하는 삶을 추구하며 마녀의 부엌에서 탈출을 시도해 성공, 목숨이 다할 때까지 점프, 슬라이드를 하며 가끔씩 코인이나 젤리를 먹으면서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귀염뽀짝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을 하는 의뭉스러운 인물이 인상깊었습니다.)또한 봄에는 이끼가 되어버린 남편의 행방을 찾고 여름에는 유명한 록밴드의 멤버였으나 지금은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곡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 의뢰한 사람을 가을에는 엄마를 찾는 아이를 물신양면으로 도와주며 의뢰가 없는 겨울에는 고장나버려 사라진 오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는 데 사실 실제로 이러한 흥신소를 빙자한 탐정사무소에 저도 의뢰하고 싶었습니다.
이외에도 자살을 시도했던 언니가 있고 아버지가 세탁소를 운영하는 가족(선인장이 자라나는 일요일들), 끝끝내 자신들만의 영화를 만들지는 못한 동호회의 멤버들(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이미 죽었으나 몇번이고 되살아나 김치찌개를 만드는 좀비가된 아빠(좀비 아빠의 김치찌개 조리법), 103호이모의 전남편이 운영하는 대전의 식당으로 고목이모와 엄마 그리고 내가 직접 운전하며 떠나는 여행(흔한, 가정식 백반), 지금은 흔하게 보기 힘든 비디오와 책을 대여해주는 역시나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던 전문대를 졸업한 그녀가 등장하는 등단작(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과 ‘뒤마‘라는 귀밑부터 턱까지 수염을 기르고 프랑스어를 전공했다는 것에 생각나는 작가님이 떠올랐던 (구석기 식단의 유행이 돌아올 때)까지 제목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단편들이 수록된 송지현작가님의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를 통해 송지현작가님의 작품을 송지현이라는 작가님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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