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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윤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나를 만나러 손수 찾아와서 나에게 인사하고 나의 명복을 빌어주는 사람들을 내가 지켜보며 서서히 나의 감각들이 무뎌지고 마침내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윤고은작가님의 네번째 소설집이자 일곱번째 책인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에 첫번째로 실린 (양말들)을 읽으면서 들었습니다.
결혼을 약속했지만 곧 그 약속이 깨져버려 결혼식에 준비했던 모든 것들을 취소해야 하는 데 축가를 두 곡이나 불러주기로 했던 사람에게 취소를 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만약 취소되지 않고 영원을 약속한 사람의 곁에서 축가를 불러주는 그 사람을 본다면......
옛날에 학원비를 빼먹고 부루마불게임세트를 샀던 기억이 났었는 데 정작 카카오에서 하는 「모두의 마블」을 하다가 지겨워졌는 지는 몰라도 잘 안하게 되었는 데 표제작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의 제목과 또 읽으면서 순전히 부루마불게임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막다른 길이 있기 때문에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 힘과 지혜를 합쳐 헤쳐나가기 위한 계기가 되어 이별이 유예되고 나중에는 이별이 취소되기도 하는 것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이제는 다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 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다시 만나 무언가가 시작되려고 하려는 찰나의 실수로 빗나가버린 오믈렛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일어선 순간 빠른 속도로 도망치는 (오믈렛이 달리는 밤)을 커리를 곁들인 오므라이스도시락을 먹으면서 읽은 것은 그저 우연이라고 보기는......
읽을 때에는 몰랐는 데 막상 읽고 나서 생각이 깊어지게 된 (우리의 공진)속의 ‘공진‘에 대해 내게도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텐데‘. 참고로 읽을 때 성시경의 노래를 리메이크하여 스윗소로우와 바버렛츠가 부른 「좋을텐데」가 흘러나온 것 또한 우연일까?
(평범해진 처제)를 읽을 때에는 제목에서 조금 의아했는 데 끝까지 읽으니까 이해를 했고
마지막에 실린 (물의 터널)을 읽으면서 차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 기계식 세차장을 지나갈 때처럼 길게만 느껴졌던 인생이 이토록 빠르게 지나가게 되어버릴 줄 미처 모르고 있다가 불현듯 깨닫게 되어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윤고은작가님의 전작품들이 그저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직종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을 읽으면서 여기에 무언가가 더 추가되었고 더 오랫동안 어떠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윤고은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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