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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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가을까지 나는 길에서 살아가고 있었어. 아기를 낳은 적도 있지. 그 애들은 모두 죽었지만 말이야. 어느 날, 시장 통에서 모여 놀던 남자애들이 나에게 뭘 던졌어. 난 그 애들이 뭘 던졌는지 몰라. 그 애들이 나를 해치려고 무언가를 던졌다고도 생각 안 해.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 게다가 난 길고양이치고는 살 만큼 살았으니까. 그런데 아가씨가 나를 발견했지. 그녀는 나를 보며 울었어. 모르겠어. 아가씨는 워낙에 잘 우는 사람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울어준 인간은 아가씨가 처음이었어. 그리고 나를 동물 병원에 데려다주고 수술도 시켜줬지. 2주 정도 병원에 머문 후에 아가씨는 나를 다시 내가 살던 길에 데려다줬어. 매일매일 먹을 것도 갖다주고. 하지만 난 그해 겨울을 나지 못했어. 아가씨는 아직도 나를 찾으러 와. 내 이름을 부르는 거야, 눈이야, 눈이야, 하고. 혹시나 내가 먹을까 싶어서, 예전처럼 먹이를 두고 가. 이렇게 내가 죽은 걸 알면 무척 슬퍼할 거야. 그녀에게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어. 고양이로서 보은을 하고 싶어.˝(고양이의 보은 - 눈물의 씨앗, 261쪽)
삼색 애꾸눈 고양이가 소설가로 이름을 알리다 주체할 수 없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남자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상상이 가서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사실, 2년전부터 손보미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몬순), (산책), (임시교사)...... 그리고 두 번째 소설집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에 실리지 않은 (별자리점)과 (언포겟터블)까지 저는 실제로 단편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단편들의 제목을 눈으로 입으로 발음해보며 두 번째 소설집이 출간되기를 기다렸는 데 드디어 출간되었고 출간된지 정확히 한 달인 추석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에 실린 9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첫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에서 부터 작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더불어 제가 살아가고 있는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이의 아빠가 승진을 하고 아이 엄마가 정직원이 되고(임시교사), 크게 실패한 시나리오작가가 영화제작사의 직원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던 아내와 결혼하고 아들을 낳아 그 모아들이 명문대 법대에 진학하였으며 그 또한 많은 영화를 히트시킨 유명 제작자가 되었고(대관람차), 몰락한 귀족집안의 딸인 이사벨라가 자신의 아들이자 아버지를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패리스 싱어가 죽고 그의 첫째 딸인 프란체스카가 세번 째 아이를 낳다 죽은 후에도 살아 남았으며(고귀한 혈통),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를 선물과 야릇한 내용의 카드를 받은 아이가 회사에서 꽤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기부액도 늘리며 기부처에서 오는 우편물을 뜯지 않는 것(죽은 사람(들))까지......
지구와 몇백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하루에 평균적으로 세번씩 감마선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데 제가 이 소설집의 리뷰를 쓰고 있는 순간에도 감마선 폭발이 일어나고 일어났을 지는 모르지만 저도 저의 눈물을 공유하고 있을 그 혹은 그녀의 귓가에 ˝당신 눈물의 절반을 내가 가져갈게요. 앞으로는 ‘하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마구마구 생길 겁니다. 모든 일이 좀더 쉬워지고, 좀덜 불행하다고 느끼게 될 겁니다. 걱정도 절반만 하게 될 겁니다.(고양이의 보은 - 눈물의 씨앗,263쪽)˝라고 속삭여주고 싶었습니다.
손보미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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