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감을 잡은 나나는 거기에 계속 있었다. 개수대 앞에서,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부엌 문 저편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벤틀리박사가 취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자신의 실패한 결혼생활과 레즈비언 부인에 대해 우는소리를 하는 동안, 대화 내용은 거의 알아듣지 못했고, 다만 벤틀리 박사가 가끔씩 하는 냉소적인 발언과 이어지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장담이 들릴 뿐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흐느끼는 소리를, 벤틀리 박사의 흐느낌을 들었다. 그다음에는 어머니가 그를 문가로 안내하는 소리를 들었다. "미안합니다." 벤틀리 박사는 연신 이렇게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내가 뜰로 나가기로 결심한 건 그때였다.
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고 잔디밭 너머로는 거의 아무것도보이지 않았다. 우리 개 위니는 서늘하고 어두운 그늘에 누워,
어머니가 던져준 뼈다귀들 가운데 하나를 씹으며, 살짝 몸을 떨고 있었다. 아버지가 떠난 이후로는 아무도 위니에게 큰 관심을쏟지 않았다. 녀석은 한창때의 아버지를 상기시키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녀석은 어디를 가든 아버지를 따라다니던 개, 거실에 있는 아버지 의자 옆에 앉아 있던 개, 매일 일터에서 돌아오는 아버지를 맞이하던 개였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위니 녀석 역시 변해버린 것 같기도 했다. 녀석은 더이상 아버지와 있을 때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