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에 치일 때도 글쓰기에 치일 때도. 야인론으로 돌파할 수 없는 상황은 생각보다 적다. 수건에서 냄새가 나. 근데 야인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요즘 너무 못생긴 것 같아. 근데 야인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지금 쓰는 글 쓰레기 같아. 근데 야인은 그런 거 신경 안 쓰지. 야인의 기준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일이 견딜 만해진다. 잘못 말려서 걸레 냄새가 나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매일바르는 로션을 똑같이 찍어 바른 뒤에 쓰던 글을 마저 쓴다. 이런 아수라 백작적 독백을 옆에서 내내 지켜보던 애인이 조심스레 묻는다. 야인은 그러니까... 뭐지? 인간이아닌 거예요? 나는 대답 대신 부르던 노래를 이어 부른다. 나는 야인이 될 거야. 거친 비바람 몰아쳐도, 아무도나를 위로하아…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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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그의 쇼는 감동적이지 않았다. 고통스러웠다. 그는 종종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 보세요, 웃으시네요. 이것 보세요, 이제 웃지 못하시네요. 관객의 눈은 관객 그 자신을 보러 돌아오고 관객들은 이제부터는 반성적으로 생각해야 할 위기에 놓인다. 우리가 해나와 맺었다고 생각한 관계에 대한 불안이 점차 고조된다. 쇼는 계속되고, 해나는 조금 전 관객들을 폭소케 한레즈비언 혐오자 이야기의 결말을 들려주며 절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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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들이 걱정 섞인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와 다른대륙에서 나고 자란, 완연한 국외자의 얼굴을 가진 이들이말했다. 아냐, 우리가 봤어. 너는 온 힘을 다해 헤엄쳤고 물밖으로 빠져나왔어. 너는 아주 절박해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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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더 나올 말은 없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일어섰다. 안경 쪽이 물었다. 근데 왜? 걔가 돈이라도 빌렸어? 나는 멍하게 되물었다. 돈을 빌렸냐고요? 눈 안쪽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나는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 등을 훑는몇몇 눈길이 오래도록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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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년 남짓한 시간이 흐르고 성인이 된 아이들은 모두 집을 떠났다. 그들의 배 속에서도 희미한 불꽃이 속삭였을까. 지평선으로 달려가라, 부모를 버려라. 탯줄을끊어라! 첫 번째 아이는 도심으로 두 번째 아이는 북쪽항구로 세 번째 아이는 음악 학교로 다들 몸의 부드러운 부분에 파란 싹을 고요하게 피워냈다.
모계 유전인 천일홍 싹은 그들에게 아픔을 주고, 자그마한 꽃을 주고, 언젠가 그들을 죽이겠지. 아이들은 아주 잠깐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며 움직이고 달리고, 나보다 늦게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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