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멈춘 것은 퇴색하고 틈이 벌어지고 낡아간다. 움직이지 않는 바위는 제자리에서 조금씩 바스러지고 있다. 어느 날회색 재로 풀썩 무너져내려 실체조차 없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사랑도 언젠가 그처럼 소멸하리라는 희망만이 그동안설을 버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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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해 보인댔어요.‘
순해 보인다는 표현은 갓난아기나 동물에게 쓰는 말이 아닌가. 한나는 의아했지만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유가 말을 다르게 전달했을지도 몰랐다. 그뒤로 매일 다를 바 없는 하루가반복되었다. 하유 엄마와 한나가 현관 앞에서 배턴터치를 하는 것도 매일 똑같았다. 하유는 보통 오전에는 학원 숙제를 했다. 숙제가 끝나면 그들은 배달 앱을 이용해 돈가스, 김밥, 짜장면, 주먹밥과 우동 같은 메뉴를 번갈아가며 주문해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학원에 가기 전까지는 자유 시간이었다. 하유는 친구 태리와 내내 문자를 주고받으며 그 시간을 보냈다. 흡사천체 망원경으로 우주를 보는 과학자처럼 휴대폰 화면을들여다보고 있는 하유는 무척 진지하고 행복해 보였다. 하유가 한나에게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도 태리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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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짙은 환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끝 모를 두려움이느껴졌다. 나는 그 얼굴을 바로 쳐다보지 않은 채 살짝 묵례를하고 자리를 떴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환자에게 괜찮을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괜찮지 않을 거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음과 괜찮지 않음 사이에서 적절하게 밸런스를 조정하는것이 이 직업에 가장 필요한 덕목일지도 몰랐다. 회진 시간이더디게 지났다. 환자들은 원내에서 코로나19 관련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을 대부분 들어 알고 있었다. 행정실 직원이 밀접접촉자가 아니라 아예 확진자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다수였다. 병원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면 어떻게 되냐고 묻는 보호자도 있었다. 당황스러웠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해야지요. 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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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지 않고, 사랑 때문에 사랑스럽지 않지만, 그때마다항상 나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차 있다. 나는 내게 요구되었던 겸손 때문에 나의 경력을 중단했다. 저녁이면 나는노예처럼 생각하지만 이른 아침에는 주인 같은 생각이 들었고, 그럼에도 날마다 나와 내 주변에 대해 정당하다고 여긴다. 내게는 적들이 친구들보다 사랑스럽다. 친구들은 적대적일 수 있고, 적들은 평화롭게 보일 수 있다. 모든 것은 쉽게 자기 모습을 변화시킨다. 기껏해야 내게 부주의하거나오로지 반대를 표하는 모습이 존재하고, 그것이 나를 지배한다. 나는 나를 소유하기를 원치 않고 나를 포기하며, 그것으로 내게 나 자신을 보는 의무를 부여하는 여성에게 속한다. 그녀의 명예를 위해 나는 내 특성을 기뻐하고 그것과 관계하며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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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꾼은 되지 말 것, 그것만은 되지 말것. 그런데 왜? 그 짐꾼은 자기가 예전에 집으로 내쫓았던가정교사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생이 쫓겨날 때 그는 그에게 그것을 장담했고, 결국 그렇게 되었다.
자신의 딸에게 소포를 전달하는 것! 만약 내가 그런 일을해야 한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릴 것이고, 그래, 나는그런 무리한 요구에 정신을 놓아버릴 것이다.
잃어버린 아들들은 분명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잃어버린아버지는 수치심으로 수염을 잃는다. 그는 수염을 집어들어다시 턱에 붙이고 눈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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