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했던 약속들은 전부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나한테이럴 수 있어? 나나는 슬펐던 나머지 언성이 높아졌는데, 그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나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남자가 점점 더 작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 나나는남자가 움츠러들었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흥분한 나머지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나가 남자의 약속을 나열할수록 백구십 센티미터에 가까웠던 남자는 나나와 눈높이가 똑같아지더니, 나중에는 나나보다. 나나의 28인치 리모와 캐리어보다, 급기야는 축구공보다 작아지게 되었다. 끝도 없이 작아지던 남자는 나중에 눈에 보이지도 않게 되었는데, 나나는 한참만에 남자가 서 있던 자리에서 아주 작은 도토리 한 알을 발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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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야, 네 마음은 잘 알겠고 고마운데, 나는 소미와 잘 살아보려고 이혼을 했고 물론 부족한 게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살고 있어. 오해할까 봐 걱정이 들긴 하지만, 그러니까 내 말은...... 너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는 거야. 네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다를지도 모른다는 거, 다 같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거, 그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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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난 믿어."
앨리가 은정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언젠가 우리가 모두 죽는다면, 그래서 시신이 분해되어 입자가된다면, 그 입자의 형태로 지구의 산토리니 해변에서만나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은정은 앨리의 손바닥에 뺨을 부비며 일광욕과 물장구와 투명한 유리그릇에 담긴 과일을 상상했고, 그제야 마음을 다잡을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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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혼탁한 수면 아래, 부유하는 조류들과 썩어가는 덤불 사이, 축축한 진흙 밑으로 실끈 같은 긴 팔을 뻗어 늪을 감각한다. 땅을 통해 전해지는 소리와진동,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냄새들이 우리의 감각 세계를 구성한다. 우리는 고여 있는 액체 아래에서, 수많은 생물체의 사체를 집어삼키며 죽음을 삶으로, 삶을 죽음으로 되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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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우리에게 먹히는 것과 자신의 죽음을 동일시했다. 우리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자유롭다. 우리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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