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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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기억은 무릎에 관한 것이다. 어머니의 무릎에 뺨을 대고누우면 어머니가 걸고 있는 목걸이의 구슬들이 부딪치는 소리가들렸다. 어머니가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을 때 나는 소리였다. 어머니는 언제나 내게 뭔가 읽어주었다. 학습장애가 제법 두드러지기 시작했지만 어머니는 글자를 가르치려는 시도 없이 그저 이야기만 읽어주었다. 드러눕기에는 차가운 마룻바닥의 냉기와 무르면서도 단단한 어머니의 무릎, 책을 읽는 느린 말투, 어머니가 움직일 때 들려오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비교적 선명히 떠오른다.
눈을 가늘게 뜨고 올려다본 어머니는 무척 예뻤다. 나는 일찍부터사람들도 어머니를 그렇게 여긴다는 걸 알았다. 어머니는 젊고,
날마다 옷을 갈아입고, 이 도시의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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