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지옥을 그린 것이냐고 물어봐서 대답하는 거야.
자네 친구는 금방 말귀를 알아듣던데, 자네는 글자나 파먹는책벌레라 좀 오래 걸리네. 그래서 헛똑똑이라고 하는 거지. 헛똑똑이니까 「중용」은 여러 번 읽었겠지?"
"지금까지 열 번도 더 읽었지요."
글공부를 해봐야 출세할 수도 없는 몸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저는 더욱더 성현의 말씀에 기댔습니다. 하지만 그 문장이옳다는 것을 알수록 제 마음속에서는 불이 났습니다. 옳고도옳은 말씀은 책마다 가득한데, 내 앞의 현실은 왜 이다지도 비참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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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구덩이를더 넓게 파내려갔다. 이모님과 보살님이 한 조처럼 번갈아 삽질을 해가며 한쪽을 넓혀가고 신오와 원경도 다른 쪽을 파내려갔다. 이모님과 보살님 쪽에서 누구의 목소린지 모를 신음이 들렸다. 아니, 이게・・・・・・ 그때 신오의 삽 끝에도 텅, 하고무언가 단단한 게 걸렸다. 그 순간, 흙이 우수수 무너지면서굵고 가는 뼈들이 넓은 구덩이 안으로 쏟아져내렸다. 자세히보니 사람의 것보다는 크고 둥근 갈비뼈, 이빨이 남아 있는 긴턱뼈, 그리고 아주 가는 꼬리뼈를 분간할 수 있었지만, 누군가하늘에서 쏟아부은 것처럼 제멋대로 흐트러진 뼛조각들만으로 생전의 형체를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멸종한 원시동물의잔해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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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울렸다. 가볍고, 맑고, 단호하게. 병옥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에게 다가갔다. 노인의 시선은 벽걸이 텔레비전에서미묘하게 벗어나 그 옆에 걸린 시계를 향하고 있었다. 밥시간•은 귀신같이 아시네, 병옥은 생각했다. 그새 창밖으로 어스름이 깔려오고 있었다. 뒷마당은 현관 쪽 정원과 달리 시멘트로덮여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았다. 한구석에 빨간 지붕의 개집이보였다. 말뚝에 줄이 묶여 있었지만 집안으로 들어가 있어 무엇이 묶여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혀를 길게 빼물고 있는 개일 수도, 어쩌면 개처럼 엎드린 사람일 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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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완전히 그친 새벽 공기는 고요하고 단단해서 누군가재채기라도 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다음주에도, 여기서 모이죠."
다희씨가 말하지 않았어도, 우리가 다시 여기로 오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나도 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있었다. 우리. 다.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냥, 그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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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신의 자신만만한 덕목들은 어디에 있는가? 앞에서 말한 바로 그 니체는 무거움의 정신의 치명적인 적으로 그덕목들을 열거했다. 그가 볼 때, 그것은 성격의 힘, 취향, 이세계, 고전적 행복, 확고한 자긍, 현인의 냉정한 검박(朴)이다. 이런 덕목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며, 각자는자신에게 적합한 덕목을 선택할 수 있다. 눈앞에 벌어진 내기판의 중차대함을 생각할 때, 우리는 어쨌든 성격의 힘을 잊으면 안 된다. 이는 선거 운동의 연단에서 미간을 찡그리거나 협박을 섞어 가며 보여 주는 그런 성격의 힘이 아니라 흰빛과 수액의 미덕에 의하여 모든 바닷바람에 저항하는 성격의 힘을두고 하는 말이다. 이 세계의 겨울 속에서 열매를 준비하는것은 다름 아닌 그 힘인 것이다.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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