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교향곡은 주제 부분을 느리게 변주하며 끝났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물줄기는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한번 더 들어도 좋겠다고 정기가 생각하던 찰나, 스피커에서는 다른 곡이흘러나왔다. 분수는 그 곡에 맞춰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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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의 오류까지도 포함해 모두 수정됐으니 이제 민규를 다시 살려도 된다고. 그 말에 당신이 반신반의하며 나를지나쳐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소파에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는 민규에게 다가가는 것을 나는 가만히 지켜봤지요. 그때까지도 귀는 어떤 멜로디를 듣고 있었어요. 저도, 당신도, 루미도. 그리고 곧 깨어날 민규도 그렇게 모두가 하나의 멜로디를, 하나의 귀로 듣고 있다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거기, 너울거리는 신의 마음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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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일이고, 당장 이 년 뒤의 일을 알지못했다는 점에서 규철은 크게 후회할 것이다. 규철은 희영에게 잊을 수 없을 만큼 크게 화를 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진 말도 쏟아냈다. 희영이 결국 눈물을 흘릴 때까지. 사랑이아니었다면 둘의 인생은 겹칠 일이 없었을 테지만, 그렇게 겹친 삶에는 기쁨보다는 괴로움이 더 많았다. 규철은 후회하고또 후회할 것이다. 이 년 뒤 또다른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고나면 희영에게는 더이상의 여름이 허락되지 않을 테니까. 세상이 거듭 황폐해지자 테크 기업 수장들 사이에서는 ‘이주‘라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주‘에는 다른 행성으로의이주도 있었지만 다른 삶으로의 이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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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지옥을 그린 것이냐고 물어봐서 대답하는 거야.
자네 친구는 금방 말귀를 알아듣던데, 자네는 글자나 파먹는책벌레라 좀 오래 걸리네. 그래서 헛똑똑이라고 하는 거지. 헛똑똑이니까 「중용」은 여러 번 읽었겠지?"
"지금까지 열 번도 더 읽었지요."
글공부를 해봐야 출세할 수도 없는 몸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저는 더욱더 성현의 말씀에 기댔습니다. 하지만 그 문장이옳다는 것을 알수록 제 마음속에서는 불이 났습니다. 옳고도옳은 말씀은 책마다 가득한데, 내 앞의 현실은 왜 이다지도 비참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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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구덩이를더 넓게 파내려갔다. 이모님과 보살님이 한 조처럼 번갈아 삽질을 해가며 한쪽을 넓혀가고 신오와 원경도 다른 쪽을 파내려갔다. 이모님과 보살님 쪽에서 누구의 목소린지 모를 신음이 들렸다. 아니, 이게・・・・・・ 그때 신오의 삽 끝에도 텅, 하고무언가 단단한 게 걸렸다. 그 순간, 흙이 우수수 무너지면서굵고 가는 뼈들이 넓은 구덩이 안으로 쏟아져내렸다. 자세히보니 사람의 것보다는 크고 둥근 갈비뼈, 이빨이 남아 있는 긴턱뼈, 그리고 아주 가는 꼬리뼈를 분간할 수 있었지만, 누군가하늘에서 쏟아부은 것처럼 제멋대로 흐트러진 뼛조각들만으로 생전의 형체를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멸종한 원시동물의잔해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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