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소리 없는 질서>를 읽다가 다시 한번 실감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의 교육환경이 너무 좋다는 것을...
나도 저기서 태어나서 교육받았으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우울증에 가까운 성향이나 강박적인 자학을 없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ㅎㅎㅎㅎ 그래도 살아가고 있으니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
스스로 갖는 물음표 뒤엔 분명 소통하는 골목길로 접어드는 행복을 만나게 될 것으로 믿는다.(5)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법칙을 깨달은 사람들에게서 대물림은 자연뿐이란 생각의 의미를 들여다보게 된다. 조상이 물려준 자연을 그대로 대물림하면서 그 안에서 극복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터득해 나가는 것. 지금까지 북유럽 사람들이 사회복지를 이룬 근간이다.(8~9)
파일럿 피시-오사키 요시오
우리는 과거를 잊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옳은 말이 아니다. 과거의 기억은 잊어지는 것이 아니라, 잊어지는 것처럼 내면속에 숨어서 조용히 움츠리고 있을 뿐이다. 움츠리고 있다 자신이 나올 순간이 되면 나와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때서야 우리는 깨닫게 된다. 결코 그것이 잊어버리거나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따라서 나는 나의 과거를 운명이라고 받아들인다. 어찌할 수 없는, 바꿀 수 없는, 내 삶에 새겨진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서의 운명. <파일럿 피시>는 그 기억을 건드린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건드린 사건 때문에, 다시 과거를 되살리고, 되살린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돌아보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우리의 주인공 야마자키. 주인공의 이름에 나의 이름을 집어넣어도 별 문제없으리라. 그만큼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에. 이 주인공과 똑같은 삶을 경험한 의미로서의 보편성이 아니라 누구나 과거의 기억에 완벽하게 벗어날 수 없는 의미에서의 보편성.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문체와 문장이 빚어내는 문학의 힘에 의해 보편성을 맛보며 나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의 힘을 상기시킨 이 소설을 나의 내면의 '문학의 전당'에 소중히 집어넣는다. 언젠가 오사키 요시오의 작품을 다시 만나는 날을 기다리며.
사람은 한번 만난 사람과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다. 인간에게는 기억이라는 능력이 있고, 따라서 좋든 싫든 그 기억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 어딘가에 그 모든 기억들을 담아놓는 거대한 호수 같은 곳이 있고, 그 밑바닥에는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무수한 기억들이 앙금처럼 쌓여 있다. 무언가를 떠올리고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잠에서 막 깨어 아직 아무 생각도 없는 아침, 아주 먼 옛날에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을 기억이 호수 밑바닥에서 별안간 두둥실 떠오를 때가 있다.
그리로 손을 뻗는다.
호수에 떠 있는 보트에서 손을 뻗는다. 그러나 보트에서 호수 바닥이 훤히 보여도 그곳에 손이 닿지는 않듯이, 앙금으로 가라앉은 과거는 두 번 다시 손에 쥘 수 없다.
제아무리 펴내고 또 퍼내도 손에는 덧없는 물의 감촉만 남을 뿐, 힘껏 움켜쥐려 하면 할수록 그 물은 기세를 더하며 손가락 틈새로 새어나가 버린다.
그러나 손에 쥘 수는 없을지 몰라도 기억은 흔들흔들 아스라하게,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내 안에 존재하므로 그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11~12)
"... 난 생각했어. 네가 살령 내 앞에서 사라졌다 해도 둘이 보냈던 날들의 기억은 남아. 그 기억이 내 안에 있는 한, 나는 그 기억 속의 너에게 계속 영향을 받지. 물론 유키코뿐만 아니라 부모님이나 나베 씨, 지금까지 만났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의 기억의 집합체처럼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기억의 집합체?"
"그래. 그래서 말인데, 유키코. 난 너랑 헤어지지 않았어. 그게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의미 아닐까? 한번 만남 사람고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어."(235~236)
친구 M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
넘치는 기치와 재기발랄함,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의 예술관을 펼쳐보이는 자신만만한 댄디 오스카 와일드. 그에게 예술은 종교이자 세계관이자 모든 것이었어. 그가 예술을 펼치지 못하는 순간이 오자 비참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였어. 이 책은 댄디 오스카 와일드의 넒은 문학적 스펙트럼을 만날 수 있어. 아주 슬픈 얘기부터 경쾌하고 즐거운 얘기까지. 개인적으로 <행복한 왕자>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동화야. 이 작품이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에 별 다섯 개를 준 거야. 그게 내가 이 작품이 내게 준 감동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