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피시 - 제2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오사키 요시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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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한번 만난 사람과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다. 인간에게는 기억이라는 능력이 있고, 따라서 좋든 싫든 그 기억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 어딘가에 그 모든 기억들을 담아놓는 거대한 호수 같은 곳이 있고, 그 밑바닥에는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무수한 기억들이 앙금처럼 쌓여 있다. 무언가를 떠올리고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잠에서 막 깨어 아직 아무 생각도 없는 아침, 아주 먼 옛날에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을 기억이 호수 밑바닥에서 별안간 두둥실 떠오를 때가 있다.

그리로 손을 뻗는다.

호수에 떠 있는 보트에서 손을 뻗는다. 그러나 보트에서 호수 바닥이 훤히 보여도 그곳에 손이 닿지는 않듯이, 앙금으로 가라앉은 과거는 두 번 다시 손에 쥘 수 없다.

제아무리 펴내고 또 퍼내도 손에는 덧없는 물의 감촉만 남을 뿐, 힘껏 움켜쥐려 하면 할수록 그 물은 기세를 더하며 손가락 틈새로 새어나가 버린다.

그러나 손에 쥘 수는 없을지 몰라도 기억은 흔들흔들 아스라하게,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내 안에 존재하므로 그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11~12)

 

 

 

"... 난 생각했어. 네가 살령 내 앞에서 사라졌다 해도 둘이 보냈던 날들의 기억은 남아. 그 기억이 내 안에 있는 한, 나는 그 기억 속의 너에게 계속 영향을 받지. 물론 유키코뿐만 아니라 부모님이나 나베 씨, 지금까지 만났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의 기억의 집합체처럼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기억의 집합체?"

"그래. 그래서 말인데, 유키코. 난 너랑 헤어지지 않았어. 그게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의미 아닐까? 한번 만남 사람고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어."(23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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