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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가가 형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참으로 가가 형사 시리즈 답게, 가가 형사 시리즈에 나올 것 같은 인간적인 비극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 가가 형사 시리즈 다운 인간적인 비극이 가가 형사의 삶과도 이어진다는 점. 결국 가가 형사 시리즈는 가가 형사 자신의 이야기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셈. 타인의 이야기를 하다 자신의 이야기가 마지막이라는 것, 그것이 가가 형사 시리즈다웠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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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은 구름 위>는 A코, B코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두명의 스튜어디스가 엮어 나가는 미스터리 연작 소설이다. 기본적으로 두 인물의 캐릭터가 확실하고, 소설의 전개 자체가 드라마틱한 면이 있다. 지적이며 냉철한 면이 있으며 우리가 아는 스튜어디스 상 그대로인 A코는 거리를 두고 사건을 바라보며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의 인물이고, 감성적이고 사건에 쉽게 빠져드는 독특한 스튜어디스 스타일의 B코는 탐정의 조수 역할이자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제외한다면, 나는 대책없이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서 독자로 하여금 사건에 몰입하게 만드는 B코의 행동이 매력적이었다. B코가 있기에 사건들이 생생히 살아 있는 느낌이 나고, A코의 활약상이 더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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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샨의 <사장을 죽이고 싶나>를 읽었을 때는 진실과 거짓을 넘나드는 체험을 했다. 탐정역할의 인물이 진실을 찾아 헤맬 때, 그 진실이 거짓에 기반하고 있다는 '진실'이 드러나는 경험을 하면서. 원샨의 시마다 소지상 수상작인 <역향유괴>는 그에 비해 범죄와 범죄가 아닌 행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선사한다. 범죄면서 범죄 아닌 것 같고, 범죄 아니라고 하기엔 범죄 같은. 그 오묘하고 교묘한 범죄 행위의 기반에는 금융공학의 논리가 숨어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금융공학이 만들어낸 그 많은 파생상품들의 기반에는 도박성과 더불어 사기성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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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국 SF 작가들의 책을 종종 읽는다. 읽으면서 느낀 것인데 작가들마다 조금씩의 차이점이 느껴진다. <행성 대관람차>를 쓴 곽재식 작가의 경우는, 이 단편집에서도 드러나지만, SF인지 그냥 소설인지 잘 구분이 안가는 소설도 쓴다. SF와 '장르문학이 아닌 소설'의 경계를 헤매며 SF를 쓰는 느낌이랄까. SF의 전형적인 설정이 있는 소설의 경우에도 왠지 SF적인 설정은 있지만 SF같지 않은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SF인데 SF같지 않고, SF같지 않지만 SF인 소설. 그런 작가의 매력을 혼자서 찾아내며 앞으로도 곽재식 작가의 소설을 계속해서 읽어나갈 것 같다.

*번역책만 읽다가 한국 작가의 책을 읽으니 너무 편하고 좋다. 읽기에 이질감이 없고 술술 읽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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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기 전에는 몰랐지만,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됐다. 이 소설이 단순히 에로티시즘 문학의 범주에만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히려 이 소설은 한 시대의 풍경을 말하고, 그 사회의 모습을 비평하면서 작가 개인의 사상을 말하는 사회 비평적인 소설에 속했다. 내가 5대 유부녀 문학(??)으로 꼽은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에로티시즘은 작가 자신의 사상을 전하기 위한 도구이자 문학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살면서 돈만 탐하는 동시대 사회의 허무하고 타락한 모습에 대한 대안으로서 '육체의 부활'과 '인간과 인간의 균형 잡힌 성적인 관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사상과 생각은 이 소설을 둘러싼 소동과 추문에 의해서 서서히 잊혀져 갔고, 책을 읽고 나서야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역시, 이러니 '고전'은 직접 읽는 게 좋다. 고전을 둘러싼 신화와 선입견을 깨고, 고전의 진면모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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