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기 전에는 몰랐지만,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됐다. 이 소설이 단순히 에로티시즘 문학의 범주에만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히려 이 소설은 한 시대의 풍경을 말하고, 그 사회의 모습을 비평하면서 작가 개인의 사상을 말하는 사회 비평적인 소설에 속했다. 내가 5대 유부녀 문학(??)으로 꼽은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에로티시즘은 작가 자신의 사상을 전하기 위한 도구이자 문학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살면서 돈만 탐하는 동시대 사회의 허무하고 타락한 모습에 대한 대안으로서 '육체의 부활'과 '인간과 인간의 균형 잡힌 성적인 관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사상과 생각은 이 소설을 둘러싼 소동과 추문에 의해서 서서히 잊혀져 갔고, 책을 읽고 나서야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역시, 이러니 '고전'은 직접 읽는 게 좋다. 고전을 둘러싼 신화와 선입견을 깨고, 고전의 진면모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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