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읽다가 화가 났다. 자신은 다르다면서 비슷한 말을 해서. 그런데 중간쯤가니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파산을 한 이야기를 하니 흥미진진해졌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담을 발판으로 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니 머리속에 쏙쏙 들어왔다.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설득력이 있었다. 경험이라는 실체적 진실이 전하는 삶의 무게감과 경험을 통해서 얻은 방안을 제시하니

그런데...
그런데...
마지막에 다다르니 이 사람이 비정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가 파시즘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는, 나는 이 사람의 주장이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읽어볼만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런데 파시즘 이야기를 꺼내고 자신의 주장을 거품을 물고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일단 저자는 정부가 개입해서 무언가를 하면 다 파시즘이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정부가 개입해서 빈민을 돕고, 복지를 늘리고, 교육에 개입하면 다 파시즘이다. 진보는 파시즘이다.  우드로 윌슨은 파시스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파시스트다. 허버트 후버는 파시스트다. 린든 존슨은 위대한 사회 계획을 시행했으니 파시스트다. 닉슨도 시장에 개입했으니 파시스트다. 아버지 부시도, 아들 부시도, 클린턴도, 오바마도 파시스트적 경향을 보인다. 신파시즘은 언제라도 살아남아 막강해진 정부의 힘을 이용하여 기업을 노린다. 개인을 노린다. 다음번 금융 위기가 오면 엘리트들이 힘을 합쳐 자본을 동결할 것이고 자본주의는 멸망할 것이다. 그리고 슘페터가 말하는 사회주의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나는 깨달았다. 이 저자가 미쳤다는 사실을. 이 저자의 눈에는 지금 현재가 언제라도 파시즘이 도래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정부가 시장에, 사회에 조금이라도 개입하면 파시스트다. 진보는 파시즘이다. 엘리트는 언제라도 이 세상을 차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준비가 되면 그들은 언제라도 나서서 세상을 차지할 것이다. 사람들은 파시스트와 엘리트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아~~ 트럼프를 당선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이들이 있다. 이들은 대안우파라고 불린다. 기존의 우파가 자유무역과 작은 정부를 지지한다면, 이들은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미국 우파들이 나서서 말하기를 꺼려하는 인종주의를 정당화한다. 전통적인 미국 우파가 엘리트에 대한 통치를 자기들도 모르게 인정한다면, 이들은 엘리트를 증오하며, 엘리트에 대한 통치를 분쇄하고 싶어한다. 제임스 리카즈의 주장은 아직까지 말해지지 않은 인종주의를 뺀다면, 대안우파와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대안우파의 음모론적인 부분도 그렇고 자유무역을 비판하며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부분도 그렇고, 대안우파가 가진 체제에 대한 극단적인 반감이나 신경증적인 이분법도 그렇고. 
나는 지금까지 버지니아 샬러츠빌에 모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할만한 이야기를 정당화하는 한 이상한 인물의 책을 읽고 있는 셈이었다. 대안 우파의 생각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인간의 책을. 다시금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러나 여기까지 왔으니 끝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서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읽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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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2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어떻게 꾹 참고 책을 읽고 계셨어요? 저 같으면 책을 덮었어요.. ^^;;

짜라투스트라 2018-03-22 13:48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이미 읽은 게 있으니 아까워서 다 읽자는 마인드였습니다.^^;; 경제 분석은 그나마 괜찮은데 정치쪽으로 오면 너무 음모론이라서 당황스럽네요

sprenown 2018-03-22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폐전쟁 수준인가요?

짜라투스트라 2018-03-22 18:24   좋아요 0 | URL
화폐전쟁을 안 읽어서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