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의 비판:

그런 나에게 ‘찬양,고무죄’라니…
xx님의 위악에 숨은 선의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부흥회’라는 돌팔매질은, 책을 읽을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한 자'도 읽지 오지 않은 이가 책을 가슴으로 읽어 온 사람들에게 할 짓은 아니었다고 본다.

돌을 던지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비판적 이성에 대한 강박에서가 아니라 진솔한 자기 성찰에서 비롯되길, 인문학이라는 동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진언한다. 그런 점에서 xx님은 끝까지 고집을 피웠어야 했다. 사회자의 호혜주의(?)에 영합하여 자리를 옮길 것이 아니라 밥만 먹고 모임은 참석하지 않겠다는 처음의 고집을 끝까지 피웠어야 했다.


나의 응답:

1.xx님, 오해가 있는 듯하네요.^^;; 비겁하지만 변명을 조금 해보겠습니다.
일단 제가 책을 한 자도 안 읽은 이유는, 전혀 모임에 나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ㅎㅎㅎ 모임에 나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한 글자가 아니라 아예 책을 건드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모임에 왜 왔느냐 물으신다면, 원래 부산에 나갈 예정이 없었는데, 우연히 부산에 나가게 되어 한 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간 것에 불과합니다. xx님 말대로 고집을 부려서 안 나가거나 아예 모임에 참석하지 않아야 했는데, 제가 변덕을 부려서 샘들에게 피해를 끼쳤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죄를 드립니다.


2.

그런데, 참석할 필요가 없는데 굳이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사죄하지만, 찬양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이기가 힘드네요.
책을 읽고 세상을 떠난 한 어른에 대해서 애도하는 것은 좋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해야 하고 할 필요도 있죠. 애도 자체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임에 참석한 모든 이가 애도를 해야 하나요? 우리가 세상을 떠난 어른에 대한 애도로만 그 시간을 채워야만 하는 건가요? xxx에 대해 잘 모르거나 책을 재미없게 읽거나 세상을 떠난 어른에 대한 애도에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은 뭘 어떻게 해야하나요? 그렇게 못한 사람들은 애도를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그 자리의 분위기의 끼지 못해서 쥐 죽은 듯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건가요?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얘기를 하고, 다른 말을 하면 안되는 건가요? 아니, 다른 말로 해서 그런 식의 주장이야말로 파시즘과 뭐가 다르죠?? 왜 모든 사람이 그 시간 내내 애도를 해야 하는 건가요? 기본적으로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안타까움을 표시한 다음에는 다른 말을 할 수도 있는것 아닌가요? 그런데 왜 다른 생각, 다른 주장, 다른 말을 하면 안 되죠?
조금 입장을 달리 보죠. 어떤 선입견 없이 그날의 시간을 되돌려보세요. 모두가 비슷비슷한 말을 하는 시간 속에서 그 시간의 분위기에 동조하지 못하는 이는 그 시간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런 사람에게 그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제발 부탁이니, 감정과 더불어 이성을 가동해서 한번쯤 생각해보세요. 책을 읽은 우리의 감정은 소중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이의 감정도 소중합니다. 나만큼 다른 이의 감정도 소중합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하는데 자신들의 감정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그리고 가슴으로 읽은 사람에게 할말이 아니라고 하는데, 왜 책을 가슴으로만 읽어야 하나요? 책은 가슴과 더불어 머리로도 읽어도 되는 것 아닌가요? 마음으로 읽지 못한 사람은 가슴으로 읽은 사람들 때문에 아무말 못하고 조용히 있어야 되나요? 가슴으로 읽지 못하는 것이 독서 모임에서 '죄'가 되는 건가요? 가슴으로 읽지 못하는 죄를 저지르면 입다물고 가만히 있다가 모임을 떠나야 하는 건가요? 그건 너무 폭력적인 발언 아닌가요? 제 말이 폭력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제 말이 폭력적이라고 해서 저한테 하는 말은 폭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요? 앞으로 가슴으로 읽지 못하면 입다물고 가만히 있겠습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은 죄를 지은 대가로 벌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게 과연 죄일까요?
하나 더. 제가 여러분들에게 '죄'를 저질렀나고 지적했나요? 저는 그런 말을 한적이 없는데요.^^ 일단 말을 하는데 있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확성입니다. 어떤 사람이 한 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라 말해주세요. 부정확한 말에 근거한 발언은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합니다. 제발 그런 일은 하지 맙시다.


3.

비슷비슷한 발언을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에게, 비슷비슷한 발언을 하지 않는다고, 자신들의 감정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하는데, 그 비판은 어떤 비판일까요? 동일성에 대한 강압은 우리가 피해야 할 것이 아닌가요? 이건 제가 종종 듣는 비판으로서(^^;;) 그말을 돌려드릴께요. 말로는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왜 보이지 못하는가?? 저에 대한 이 비판은, 항상 제 삶의 화두중 하나로서 마지막까지 제가 짊어저야 할 짐입니다. 자, 저는 저에 대한 이 비판을 그날 모임에 참석한 이들에게 들려드리고 싶네요.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진짜 다양성을 인정합니까? 아니면,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말을 말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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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2-29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문제 로군요..확실히.
앞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니 답답한데..
다양성에 대한 말은 정말 숙고해볼 여지가 있어보여요.
척만 하는가 ㅡ마지못해 따라가며 갈등하는가...하는것에..

짜라투스트라 2016-02-29 20:04   좋아요 1 | URL
네, 다양성과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쉽지 않은 게 현실이죠.^^

cyrus 2016-02-2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방의 말에 자신의 주관적 생각이 개입되는 순간, 부정확한 해석이 나옵니다. 그런데 자신은 사실에 근거한 그럴싸한 해석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러면 진짜 오해가 발생합니다. 인터넷 공간에 이런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사소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발생해요. 저도 상대방의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상대방을 난감하게 만든 상황을 연출한 적이 있어요. 상대방의 글을 자기확신에 가까울 정도로 멋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언젠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습니다.

짜라투스트라 2016-02-29 20:05   좋아요 0 | URL
네, 보이지 않는 인터넷 공간이니 더욱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특히 인간의 뇌라는 게 어찌나 불완전한지... 자신의 뇌를 맹신하지 말고 계속해서 살펴보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