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씨(작은 악마는 자기 마음대로 숫자로 사람들을 부른다.)는 과거에 내게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나는 그의 유머러스하고 힘있고, 쉽게 이해되는 문장과 글을 좋아했다. 하지만 최근의 글에서 1씨는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1씨는 마치 마법의 만능열쇠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이론적 틀로 세상을 마구 해석하고 그것이 모든 것인 것처럼 얘기한다. 나는 그게 황당했다. 어떻게 하나의 이론적 틀로 세상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 그게 가능하기는 한가? 더구나 그 이론적 틀이란 게 별다른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인데...(악마가 더 나아가려는 걸 막느라 정신이 없다^^;;)

2. 2씨는 최근에 자신이 바뀌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그는 달라진 게 없다. 말하는 내용이 바뀐 것은 맞다. 하지만 2씨가 말하는 태도는 바뀐 게 전혀 없다. 2씨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에도 계속 비판하고 비판하고 비판하고 또 비판한다. 이게 바뀐 건가? 태도는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진짜 바뀌었다면 이제 비판하지 말고 조용히 입 다물고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정도는 해야 진짜 바뀐 거 아닌가? 나는 진짜 2씨에게 말하고 싶다. 그냥 많은 자료를 모아서 종합하고 거기에 외국의 이론들을 덧붙여서 책을 만들지 말고,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세상을 파악하는 자신의 창조적 역량이 집결된 책을 한 권이라도 만들라고. 내가 2씨에게 바라는 것은 딱 그거 하나다.(작은 악마를 다시 진정시키며... 나는 그래도 2씨가 과거에 했던 일의 의의는 인정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3. 3씨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앞의 두 인물과는 다르다. 나는 3씨가 쓴 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을, 두 달 넘게 꼼꼼하게 읽고 파고드는 공부 모임을 한 적이 있다. 3씨가 책에서 비판한 한 철학자의 철학을 전공으로 삼은 연구자와 다른 인문학 전공자와 같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의외로 이 책과 이 인물에게 비판할 구석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 이후로 나는 3씨의 책을 읽을 때마다 삐딱하게 비판하려고 노력하고, 비판할 거리를 찾아내면 즐거워한다. 여기에 그 비판의 흔적들을 적어본다. 3씨가 모 책에서 현대사회는 부정성보다는 긍정성의 과잉이 문제라고 얘기하며, 부정성을 강조하고 그것에 포커스를 맞춘 철학자들을 사정없이 비판한다. 그런데 과연 긍정성의 과잉만이 문제인가? 부정성은 사라져버렸는가? 그렇지 않다. 사회를 둘러보면 부정성의 흔적은 언제나 보인다. 뭐뭐 하지마라~~, 뭐뭐는 잘못됐다~~로 대변되는 부정성은 긍정성 못지 않게 아직도 넘쳐난다. 지나친 선택의 자유도 문제가 되지만, 어떤 것을 하지 못하게 막는 부정성의 힘도 아직 막강하다. 한 사회의 문제란 건 3씨의 말대로 긍정성의 과잉에 따른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그건 긍정성의 과잉에 따른 문제이기도 하며, 부정성에 의한 것이기도 하고, 인간과 인간 사회에 내재한 전근대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하고 다층적인 사회를 오직 긍정성의 과잉으로만 파악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식의 사고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불과하다. 

이제 3씨의 다른 책을 비판해보자. 3씨는 모책에서 지나치게 사고를 강조하며 행동을 강조하는 현대의 철학자들을 사정없이 비판한다. 그런데 나는 3씨의 그런 행동이야말로 3씨가 다른 책에서 얘기하며 비판한 병리학적인 사고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히스테리의 전형. 3씨는 행동을 강조하는 철학자들에게 과민반응하며(이 지나친 과민반응이야말로 히스테리의 전형이다.) 사고가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한다. 그에게는 행동의 강조가 불결한 것인가 보다.ㅎㅎㅎ 사고가 중요한 만큼, 행동도 중요하다. 왜 사고가 행동보다 중요하다고 계속 얘기하는가? 사고만 중요한가? 행동은 어떤 가치도 없는가? 진짜 그럴까? 예를 들어보자. 눈앞에 누군가 쓰려졌다고 가정하자. 그럴 때는 사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고 하면 늦다. 누군가 쓰러졌는데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사고하고 있으면 쓰러진 그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그때는 응급차를 부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응급조치를 하는 '행동'을 해야한다. 그래도 사고가 더 중요하다고? 나는 사고보다 행동이 더 중요한 상황의 무수한 리스트를 적을 자신이 있다. 물론 나는 사고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사고가 중요한 만큼, 행동도 중요하다고 얘기하려는 것이다. 이게 균형 잡힌 시각이 아닐까?

또 3씨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다. 3씨는 계속 고대 사상가들의 사고를 긍정하며 강조한다. 나는 일부분은 수긍한다. 고전과 고전 속에 들어 있는 사상이나 철학이 충분히 현대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대 사상가들의 사상을 현대 철학자들보다 우위에 두려는 행동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고대 사상가들의 사상이나 철학이란 건 고대의 그 철학자들이 살아 있던 특정한 시대의 맥락 속에서 형성되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맥락이 다르고, 변화한 게 많은데 무턱대고 그 사상을 우리 시대에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현대 사상가들의 철학이나 사상이 우리 시대에 더 잘 적용될 수 있다. 동성애를 최고의 사랑으로 여긴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들의 사랑관을 우리 시대의 사랑관에 무턱대고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고, 역시 여성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진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을 우리 시대의 철학에 무턱대고 적용할 수는 없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적용 가능하고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분일 뿐이고, 전체가 될 수는 없다. 시간의 간극이란 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동시대인에게 가혹한 인간 특유의 성향이 나는 여기서도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3씨는 자신이 아주 평범한 인간들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걸 깨닫기는 한 걸까?( 할말이 더 많지만 나는 작은 악마의 말을 줄이기로 했다.)

 

4씨,5씨도 있다. 아, 진짜 이 인간들만 생각하면 혈압이 오른다. 욕밖에 할게 없어서 이 인간들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 위의 1,2,3씨는 4씨,5씨에 비한다면 양반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이제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이 정도 했으면 내 속의 작은 악마도 만족하겠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녀고양이 2016-02-1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작은 악마가 쓴 글이군요. ^^
가끔 저도 작은 악마를 꺼내고 싶습니다.

짜라투스트라 2016-02-19 19:26   좋아요 0 | URL
네, 가끔씩 작은 악마를 꺼내어 얘기를 듣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습니다.^^

별족 2016-02-1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저자,들인데, 이름을 적시하면 명예훼손이라도 되는 건가요?

짜라투스트라 2016-02-19 19:28   좋아요 0 | URL
음, 명예훼손은 아닐지라도 뭔가 제가 바라지 않은 일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이미 몇 번 경험해본적도 있어서^^;;) 이름을 굳이 적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답답할 수는 있는데, 제 나름으로는 이름을 적지 않고 말하는 게 어떻게 보면 더 자유스러울 수 있다 여겨져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