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수거함
장아미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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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들은 다 사라지면 좋겠어!

우리는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그런 감정들에 휘둘리다 보면 나쁜 감정, 슬픈 감정들은 오래 남기고 싶지 않다. 어서 잊어버리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와 다투거나, 아이로 인해 상처받았던 마음을 오래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사라지지 않고 떠올라 더 괴롭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마음 수거함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해주었다.

잎새는 초등학교 6학년 같은 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다. 절친한 친구라며 먼저 다가오며 다른 친구들의 험담을 불편한 가운데 들어왔던 잎새였기에 마음은 더 아팠다. 게다가 자신을 둘러싼 소문들로 교실에서 혼자 고립되었기에 친구를 사귀는 것 자체가 더욱 곤혹스럽기만 했다. 힘든 일은 한꺼번에 오는 것일까? 잎새의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시고 엄마와 살게 된 잎새였기에 책을 읽으면서 잎새를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엄마에게는 말할 수 없던 일을 겪은 후 잎새는 중학교를 가게 되었을 때 다른 곳으로 가기를 원했다. 그렇게 불편한 만남은 이제 없을 줄 알았다.

중학교 진학하면서 알게 된 하윤은 잘 웃고 잎새에게 먼저 다가와 준 친구였다. 하윤과 친했지만 자신의 모든 감정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잎새는 이모 작업실에서 처음 보는 나무 상자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상자에 대해 묻는 말에도 잎새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거짓말은 죄책감과 함께 즐거움을 가져왔다. 마음 수거함의 주의사항을 읽은 후 자신에게서 털어버리고 싶은 감정을 하나하나 쪽지에 적어 마음 수거함에 넣던 잎새는 주의사항을 어기게 되고, 그렇게 '이 세계(마음 수거함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그곳에서 마음을 분류하고 정화하는 일을 맡고 있는 일곱과 그의 조수인 다시도 만나게 된다. 잎새가 '그 세계(잎새가 살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나쁜 감정이 한데 뭉쳐서 변한 깜깜이를 물리쳐야만 한다. 혼자서 물리치기는 힘들겠지만 일곱과 다시, 그리고 잎새가 걱정돼서 '이 세계'로 온 하윤과 함께 깜깜이를 물리치려고 한다. 과연 잎새는 하윤이와 함께 '그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마음 수거함에 넣은 감정이라고 해서 모두 마음속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무리 다른 색을 덧칠한다고 해도 이미 칠한 색은 밑바탕에 남아있기에 더욱 그렇다. 모든 나쁜 감정을 그곳에 넣어버리면 우리에게는 좋은 감정만 남게 될까? 나쁜 감정은 사라지고 행복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하는 10대들에게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마음 수거함》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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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가 달렸습니다 독깨비 (책콩 어린이) 83
원명희 지음, 이주미 그림 / 책과콩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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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점점 더 괴물이 되어 가는 것 같아.” SNS 시대, 인정 욕구가 만든 작은 괴물의 이야기

스마트폰이 있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SNS 세상. 그 세상 속의 사람들은 때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감정을 공유하며 공감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아직은 관심이 없지만 《좋아요가 달렸습니다》를 보면서 SNS에 사진을 올리고 모르는 사람이건 아는 사람이건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을 신경 쓰게 되는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단순히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닌 우울함을 떨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것이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올리는 사람들은 결국 그 속에서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지만 외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거기다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죄책감 또한 쌓일지도 모른다. 《좋아요가 달렸습니다》를 읽으면서 우리 아이가 SNS를 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되었다.

언제나 당당한 자신감으로 아이들을 이끌어 나가는 정민이, 아이돌을 꿈꾸는 정민이는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다. 거기다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리는 릴스나 자신들의 일상을 올리면서 관심을 받게 된다. 골프 레슨을 받았던 사진이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의 생일파티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빠 사업이 망해 고급 아파트에서 반지하로 이사를 가야 하는 처지였지만 자신의 처지를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자신의 자신감을 지키기 위해 항상 어울리는 절친인 수아와 미래에게조차 비밀로 간직하고 끙끙 앓고 있다.

그런 불편한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전학생 서연이한테 주인공 자리를 빼앗길까 봐 불안해하기까지 한다. 서연이는 아이돌 같은 생김새, 노래 대회에서 1등을 한 이력,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성격으로 단번에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조차 정민에게는 보기 싫은 상황들이다. 거기다 자신과 같은 옷을 길이만 다르게 입고 온 모습에 더욱 화가 나서 서연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서연의 모습에 정민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수아와 미래에게 해주며 소문이 나게 만든다. 정민이의 눈에는 몸이 약하다는 핑계로 체육 시간에 나가지 않고 한물간 종이접기나 하는 그 아이가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려는 ‘관종’처럼 보일 뿐이다. 짝사랑 중인 은우까지 서연이를 감싸고돌자 서연에 대한 감정은 더욱 나빠지기만 한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약한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던 정민. 그런 정민의 모습을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나갔다. 언제나 주목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SNS 세상에 빠져 현실과의 괴리감을 만들어내고 결국 자신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좋아요가 달렸습니다》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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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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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버린 엘리스의 삶이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무엇보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조앤 K. 롤링을 누르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한 작가라는 사실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해리포터 시리즈를 접하고 영화보다는 책에 푹 빠져 상상의 날개를 폈고, 그 상상이 꿈으로 찾아왔던 시간을 보냈기에 조앤 K. 롤링을 눌렀다는 사실이 충격이자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뭇잎 사이의 별빛》의 주인공인 엘리스가 생후 두 달 된 딸을 잃고 난 후의 삶에 대한 궁금증까지 더해져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나뭇잎 사이의 별빛》은 와일드 우드의 딸인 엘리스와 땅의 정령과 대화를 나누며 레이븐에 의해서 얻게 되었다며 마마가 이름 붙인 레이븐의 딸, 두 명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엘리스의 경우에는 쌍둥이 형제와 막내 비올라와 함께 자신이 좋아했던 연못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엘리스는 세 아이를 돌보면서 정신없는 와중에 남편인 조나의 불륜을 목격한 뒤라 이혼을 할 결심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그날, 엘리스는 생후 두 달 된 딸 비올라를 그곳에 두고 오는 실수를 하게 된다. 다시 찾을 수 없는 비올라에 대한 죄책감과 조나에 대한 배신감을 약으로 버티던 엘리스는 자신의 엄마처럼 약에 취해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바에는 이혼을 하고 아이들과 떨어져지내는 것이 옳을 거라는 결정을 내리고 조나와 이혼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이혼을 한 엘리스는 어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되고 싶지 않았던 엄마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삶을 살게 된다. 여자 혼자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기에는 위험요소들이 있지만 엘리스는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다 만나게 된 키스에게는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마마의 사유지에만 머무르는 레이븐. 마마의 가르침으로 땅의 정령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홀로된 아기 새를 돌보던 중 사유지에 들어온 아이들과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은 레이븐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처음으로 마마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또래와 어울리며 마마와 함께 하던 시간과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레이븐. 마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되면서 마마에게 하지 못한 비밀이 하나 둘 늘어나지만, 그것조차 비밀이 되지 못했음을 레이븐은 뒤늦게 알게 된다. 그렇게 마마와의 고립된 생활과 학교생활을 해나가던 레이븐에게 마마의 건강으로 학교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마가 쪽지만 남기고 사라진 후 나타난 이모로 인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진실과 마주하면서 레이븐은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자식을 잃은 슬픔과 동시에 아이들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엘리스와 땅의 정령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들을 통해 마마의 생각과는 다른 것을 보게 되면서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레이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뭇잎 사이의 별빛 도 책이 아닌 영화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인생의 흔들림과 미묘하게 이어진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글렌디 벤더라의 두 번째 소설을 읽고 나니 세 번째 소설을 어서 읽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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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판타스틱 잉글리시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2
신현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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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두려운 열다섯, 일제 강점기로 가다!

그동안 타임슬립 소재를 다룬 책을 읽어보았지만, 타임슬립에 영어와 일제강점기 조선시대를 다룬 책은 《조선 판타스틱 잉글리시》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자마자 더욱 내용이 궁금했다. 왜 일제 강점기로 타임슬립 했는지, 그리고 영어는 갑자기 왜 튀어나오는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청소년 소설임에도 빠져들게 하는 내용으로 순식간에 책을 다 읽고 나니, 우리의 치열했던 역사와 만남이어서 마음이 무겁고 잔잔한 여운을 가져다주었다.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나는 수포자라는 말과 더불어 영알못이라는 말로 영어에 대한 걱정을 보여주는 말이 있을까. 우리의 영어는 문법 위주에 시험에 대비한 영어라 원어민을 만나게 되면 말문이 막히게 된다. 그럼에도 영어사 필요하다는 사실만은 잘 알고 있다. 조선 판타스틱 잉글리시의 주인공 오로라 역시, 문법은 잘하지만 영어 시험을 보면 시험 점수가 좋지 않아 '영포자'임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소녀다. 하지만 타임 슬립하여 도착한 경성에서는 '영포자'가 아닌 '영천녀'로 레벌이 급 상승함을 보여주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경성은 일본어를 배워야 했고, 일본식 발음을 하는 일본 선생님의 지도를 받다 보니 영어 발음 또한 서양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을 구사하였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식 발음을 적어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발음으로 배웠단 말이야. 우리 아이가 더 잘 읽겠는데.' 하면서 말이다. 조선 판타스틱 잉글리시를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영어 발음을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었고, 또 다른 재미는 타임슬립으로 스마트폰도 함께 떨어져 챗볼알림을 통해서 미션을 제시하는 점이었다. '경성 챗봇 알림톡'을 통해서 그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하나하나 알아나가는 오로라. 만약 내가 오로라였다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그 시대에 머무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오로라는 독립투사인 아버지의 부재와 아픈 어머니로 월사금조차 내지 못해 걱정하는 동생 도훈을 보고 영어 과외를 시작하게 된다. 마린쌤의 조카인 현지완은 영어 공부뿐만 안니라 공부에 담을 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지완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갔던 오로라는 지완의 그런 모습에 풀이 죽을 법도 하지만 당차게 영어를 가르친다. 그리고 일본의 지배를 받는 현실 때문에 희망을 잃고 살아가던 지완에게 자신이 미래에서 왔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곳에서 때아닌 영어 열풍을 일으키게 되기도 하고, 그러다 일본 순사에 잡혀가서 고초를 겪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로라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긴장하면서 빠져들었던 《조선 판타스틱 잉글리시》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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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고백
최승현 지음, 서민정 그림 / 비온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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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건네지 못하는 독백들이 가득했던 단편 소설집 《부재중 고백》

이번에 처음으로 만나게 된 작가님이신 최승현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 《부재중 고백》을 만났다. 단순히 전화의 부재중이라고 생각하던 내게, 존재하지 않는 부재의 상태에서 건넬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이야기를 읽은 후에야 알 수 있었다. 다섯 편의 단편들은 소설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본다면 현실에서 없었으면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단편들이었고, 담담하게 쓴 글이어서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이었다.

모든 것은 공정함과 투명함을 위해서라고 했다. p.32 <완벽한 심사>중에서

<완벽한 심사>를 하겠노라 장담하는 듯 보이는 면접관 X, Y, Z는 지원자들에게 하는 질문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자신의 의견조차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Z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공정함과 투명함을 내세우고자 그녀를 면접장에 앉혀둔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완벽함을 내세우고 있다. 공정한 선택이 아닌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눈치를 보면서 선정하는 그 방식, 어쩌면 어딘가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양보호사로 간 곳에서 만난 그녀는 여타 노인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고귀함과 천박함, 선함과 악함의 오묘한 혼재 속에, 체면을 차릴 줄 아는 그녀. 자신의 어머니처럼 96세에 죽을 거라고 이야기하던 그녀. 그녀가 미용실에 간 사이 정신을 잃게 된 나는 그녀가 자신감 넘치며 주장하던 것들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당신 뜻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노라 이야기하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음을. 그 이유를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자신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듣게 된 이야기였다. 구급차에 실려간 후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가 이야기한 진실을 다른 누군가에게 알릴 수 있었을까?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부재중 고백>은 다섯 편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마음 아팠다. 삶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한 친구 수연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를 하려고 들른 곳에서는 단정한 차림으로 문상객들을 마주하는 수연의 엄마가 계셨다. 그녀의 모습에 남다른 정신력을 지녔기에 큰 사업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던 나에게 죽은 친구 유수연에게 '부재중 고백'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수신된다. 그 메일을 읽으면서 자신이 몰랐던 수연의 가정사를 마주하게 되고 나서야, 수연의 엄마를 보고 느낀 그 느낌은 변하지 않았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울 속 내 얼굴에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있다. 내일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일도 당연히 여기 있을 것처럼 보인다. 지금은 내일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내일이 내게 또 당연히 올 거라 말을 건넨다. 차마 받아 줄 수 없는 나는 고개를 돌려 욕실 밖으로 나오고야 만다. p.93 <어느 미래> 중에서

갑자기 찾아온 두통과 온몸의 통증으로 머지않아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오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 나는 죽음을 마주할 준비를 한다 오래전 받은 편지들, 공인인증서 번호, 도장 등을 챙긴 후 자신의 부탁과 고마움을 담은 쪽지도 함께 놔둔다. 병원으로 간 그녀는 예상치 못한 병명을 듣게 되고 언젠가 찾아올 <어느 미래>를 준비했다는 만족감이 아닌 부끄러움으로 딸을 마주해야만 했다.

자존감이 희미해지지 않고 선명해지는 그 순간이 자신을 따르던 동생들에게 <형님>이라는 말을 들으며 그들의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었을 때라고 느끼던 영진은 우연히 만난 자신의 전 애인으로부터 자신의 지금 상황을 뒤흔들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영진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형님으로 군림하며 지낼까, 아니면 사랑했던 그녀를 위해서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앞에서는 존경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뒤에서는 그에게 욕을 날리는 동생들의 모습을 영진은 알기나 할까.

부재중이라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어두운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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