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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나온 여자인데요 - - ROTC에서 육군 대위로 전역하기까지 MZ 여군의 군대 이야기
신나라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1월
평점 :
군인의 딸로 태어나 ROTC에서 육군 대위까지 여군의 생생한 일상
우리나라에서 의무적으로 남자들이 가게 되는 군대, 그곳에서의 2년이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기 싫어하는 곳이다. 그런 군대를 자발적으로 가게 된 신나라 작가님의 《군대 나온 여자인데요》를 읽으며 군대에 대한 환상을 조금은 깨뜨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도 한때는 군인이 되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기에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뉴스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여군들이 겪은 좋지 않은 일에 대한 것이었기에 군대 다녀온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대학교 학군단에 입단한 2012년부터 2020년 대위로 전역하기까지 내 군 생활은 <태양의 후예> 같은 로맨스물이 아니라 <미생>에 가까운 오피스물이었다. p.6 ~p.7
《군대 나온 여자인데요》의 프롤로그에 소개된 문구만으로도 우리가 느낀 군대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엄청나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두 드라마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로맨스물이 아닌 오피스물이라는 사실이 한때 군인이 되어볼까 하다 가지 않았던 나의 생각이 옳았다고 혼자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결국 군대도 환상의 공간이 아닌 작은 집단의 사회임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군인의 세 딸로 열 살 때까지 군인 아파트에 살았고, 아버지의 군복이 익숙했던 신나라 작가님. 육군사관학교 시험의 실패를 겪은 뒤에도 다시 도전하여 ROTC에서 시작된 군인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대학시절 같은 과에 ROTC였던 두 명의 동기가 있었기에, 그 모습이 연상이 된다. 유니폼에서 느껴지는 멋짐이랄까,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길로 비유한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인생의 갈림길이라고 하고 직업은 진로라고 한다.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행군처럼 묵묵하게 홀로 나아가야 해서 일까? 내 길인 줄 알았는데 아닌 길이 있고 지름길을 찾으려다 오히려 더 시간이 걸리는 굽은 길로 갈 수도 있다. 또 길을 헤매다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생길에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p.81
군대도 또 다른 하나의 사회였고, 계급이 존재하기에 그 상사의 명령을 따르며 위계질서를 지켜야만 하는 딱딱함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인생에서 우리는 수많은 길을 만나게 된다. 그 길에서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으로 정해진 길을 우리는 걸어가야 한다. 우리가 선택한 그 길이 어떤 길과 이어진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기에 우리는 인생에서의 매력을 느낀다. 때로는 위기가 찾아와도 그 위기가 끝나고 나면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우리는 나아간다.
군대 또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곳이었다.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말들도 어느샌가 상급자의 귀에 들어가 괴롭힘의 대상으로 바뀔 수 있다. 게다가 여군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처럼 꽃으로 비유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조금 거북스러웠다. 그런 거북스러움을 겪으면서, 수동적인 존재로 비유되는 꽃이기를 바라는 상급자들의 모습은 바뀌어야 하는 것이지만 과연 바뀌기는 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군대 나온 여자인데요》에는 신나라 작가님께서 군대에서 겪으신 일들뿐만 아니라 전역하신 분들의 인터뷰도 담겨있다. 그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분들이 느끼셨던 군대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다. 때로는 시트콤 같고 때로는 다큐멘터리 같은 군 생활, 멀리서 보는 우리에게는 환상의 공간이지만 결국 겪는 사람에게는 현실의 생존공간인 군대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군대 나온 여자인데요》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