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 마! 왕재미 1 - 지구 온난화는 진짜야? 가짜야?
다영 지음, 유영근 그림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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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왕재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라!

<달콤 짭짤 코파츄 시리즈>를 통해서 과학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해주신 다영 작가님의 신작인 《속지 마! 왕재미》 시리즈의 첫 이야기를 만났다. 과학의 이론을 정리해 주셨던 달콤 짭짤 코파츄 속 코파츄 캐릭터처럼, 《속지 마! 왕재미》에는 용감한 우주 경찰 왕재미가 등장한다. 우주 경찰 총장인 왕재미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귀중한 우주 반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왕재미는 자신의 근처에 있던 개구리가 반지를 가지고 간 것을 알게 되자 뒤쫓아가지만 반지는 이미 악당 개구라 손에 끼워진 뒤였다.

개구라는 자신이 우주 반지를 고칠 수 있다며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하고 왕재미는 허겁지겁 서명을 했다. 그러다 다시 확인한 계약서는 '우주 반지 수리 계약서'가 아닌 '우주 반지 임대 계약서'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개구라에게 사기를 당한 왕재미, 거기다 모습마저 개미로 바뀌어버렸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외치다 경찰서로 가지만 작은 모습의 개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민원이 많아 왕재미의 사건은 바로 수사에 들어가지 않게 되자, 왕재미는 경찰서에서 청소 일을 하면서 개구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변하기 전의 옷에 붙어 있던 털에 남아 있는 마력을 이용하여, 빗자루로 청소를 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지구온난화의 최대 피해자인 북극곰을 위해 구호 기금을 모으던 와중에 동물 청렴위원장 냐옹희는 북극곰이 늘어나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냐옹희가 찍은 사진이 미심쩍은 왕재미는 냐옹희의 사무실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다. 냐옹희 또한 개구라의 협박으로 가짜 뉴스를 퍼트렸음을 이야기한다. 이렇듯 잘못된 뉴스는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게 만든다.

이산화 탄소를 많이 발생해야 굶어서 죽는 동물들도 살릴 수 있다는 가짜 뉴스로 '가스 뿡뿡 캠페인'을 유행시킨 청설모, 지구온난화에 대한 진실이 아닌 거짓 뉴스로 파리 협정 폐지를 하자고 한 사막 여우까지. 개구라는 가짜 뉴스로 생존을 위협하려고 하고 있었다. 왕재미의 활약으로 개구라의 가짜 뉴스 퍼트리기는 막을 수 있었지만 다음번에는 어떤 사건을 일으키게 될지 걱정이 된다. 재밌는 이야기와 함께 '왕재미의 수사 일지'를 통해 그래프를 해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해주고 있어 유익했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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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출퇴근
정용대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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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카풀 속에서 벌어지는 다섯 남녀의 좌충우돌 이야기

장시간 대중교통으로 힘들어 본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떠올려보았을 카풀. 고등학교를 살던 곳이 아닌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버스로 카풀을 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등교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내가 버스에 타는 시간은 6시 30분이어서 늦어도 6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아침을 먹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타 그 주변의 다른 학생들까지 타고 나서야 학교로 향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대략 40분~ 50분 정도 소요되었지만, 그 버스가 아니라면 갈아타고 가야 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에 3년 동안 그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했었다. 그런 적이 있다 보니 직장인들의 카풀기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직장으로 오고 가는 차 안에서의 시간, 낯선 사람들과 대화 한마디 없이 가는 것도 답답하지만 너무 많은 감정을 소모하게 된다며 더 피곤해질지도 모를 카풀. 단순한 카풀이라기보다는 '출퇴근 겸 운전 연습'을 겸하였기에 다른 곳과 다른 느낌을 받게 된 아영은 지하철에서의 지옥과도 같은 시간에서 벗어나서 가는 동안 잠시 잠을 청할 수도 있는 카풀을 택한다. 다섯 명의 사람이 모이고 각자 요일별로 운전을 하고 출퇴근을 한다.

다 같이 모여 처음으로 운전을 하게 된 아영은 조수석에 앉은 승규의 말투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혼자 단정 지어 이야기를 하고, 그 와중에 깔보는 듯 구는 승규. 복잡한 회사 근처에서 주차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다른 차를 긁어버리는 사고를 치게 된 아영. 출근 시간에 늦을 수 없다며 자신을 그냥 놔두고 가버리는 사람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렇게 시작된 월요일은 하루 종일 힘들었고 퇴근하려는 순간 일이 생겨 모이기로 한 시간보다 몇 초 늦어버리기까지 한다. 집합 시간인 6시 30분이 되었을 때 오지 않았다면 지체 없이 출발해버리는 조금은 삭막함이 야속하기만 한 아영. 네 사람과의 카풀은 순조로울 수 있을까?

시간의 강박이라도 있는 듯 보이는 승규. 시간 개념이 철저하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란 승규. 그런 승규에게 절체 절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아영은 그런 승규를 골탕 먹이고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한다. 그리고 승규는 자신의 위기 상황에서 구해준 하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친목 따윈 없이, 오직 출퇴근만을 위해 모이게 된 다섯 명의 모습에 처음에는 개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삶에 한발씩 다가가 각자가 처한 위기를 구해주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따스해졌다. 그들과 함께라면 출퇴근길도 신나고 재밌을 것만 같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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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로 가족의 사랑 약국
이선영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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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사랑을 판다는 이 약국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우리는 그토록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사랑에 웃다가 울다가, 그런 많은 감정을 겪어도 다시 사랑을 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무엇일까? 그런 마력을 가진 사랑을 얻기 위해 많은 이들은 마음을 다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보테로 가족이 사랑약국에서 판다는 사랑의 묘약은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일 것이다.

연인과의 관계가 삐걱거립니까?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나요?
부부생활이 권태롭습니까?
획기적인 묘약으로 호르몬의 변화를 느껴보심시오.
당신의 뇌가 움직여 마음에 사랑이 스미는 걸 경험하게 될 겁니다.

'사랑 약국'의 광고는 이렇게 인터넷에 돌기 시작한다. 가족이라고 볼 수 없는 조합의 두 사람과 그리고 엄마를 엄마라는 호칭 대신 한여사라고 부르는 딸. 그들이 운영하는 사랑약국은 신비함 그 자체이다. 그리고 소설 속의 인물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 약국'에서 만난다. 음악 상담사로 사랑약국에 근무하게 되는 효선까지. 사랑의 묘약을 팔지만 자신의 사랑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모습이 인간적이었다.

효선은 음악 상담사로 만나게 된 환자 하나와의 첫 만남에서 하나의 마음이 열리게 했으나, 하나의 아킬레스건과도 같은 '왕따'이야기로 하나의 공격을 받아 다치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재회는 다시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작은 갈등을 뒤로하고 그 둘은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효선이 일하는 '사랑약국'에서 말이다. 하나는 남들이 보기에는 연상연하의 부모를 가진 평범해 보이는 가정에서 태어난 것 같았지만, 아빠의 비밀로 인해 상처받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게 된 재완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까지 하지만,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순간 그것은 비밀이 아닌 것처럼 하나는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며 재완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재완의 소식에 하나는 실어증에 걸리기까지 한다.

《보테로 가족의 사랑 약국》에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결혼 적령기에 선을 통해서 조건에 맞추어 자신의 배우자를 찾는 7급 공무원 진혁과 그와 만난 초등 교사. 사랑을 해본 적 없지만 사랑에 관해서 강의를 해야 하는 시간 강사 용희, 짝사랑을 하고 있는 승규와 이환, 그리고 효선까지. 사랑의 모습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기도 하고, 그보다 더 어려운 누군가를 용서하는 마음이기도 했다.

사랑이란 그 자체로도 인간을 빛나게 하는 묘약일지도 모른다. p.220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 이성의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친구 간의 우정. 수없이 많은 사랑들이 우리를 빛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보테로 가족의 사랑 약국》이었다. 그리고 서로 간의 오해 속에도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사랑이 있어서가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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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앤드 앤솔러지
조예은 외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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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 장애'를 테마로 한 단편집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집이라는 안식처와 같은 공간이 가혹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 앤드 앤솔러지 시리즈,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이후에 다시 한번 전건우 작가님이 참여하신 앤솔러지를 만났다.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에는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히키코모리, 리플리증후군 그리고 사이코패스까지 '인격 장애'를 가진 이들을 다루고 있다.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하지만 주변에 있을지도 모를 인물을 다루고 있어 더 스릴 있었다.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이신 전건우 작가님뿐만 아니라 조예은 작가님까지 함께 참여하신 앤솔러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읽어보게 된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이다.

그날 밤 선희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반짝하고 떠올라 주변을 감쌌다. 수선화가 핀 어떤 물가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비정한 신화 속의 어떤 남자에게 내려진 여신의 저주처럼. 여신은 피가 묻은 칼을 건넨다. 남자를 사랑한 이의 피가 묻은 칼이다. p.64 <아메이니아스의 칼> 중에서

원래 하나였고, 지금은 둘이 된 선희와 나. 쌍둥이 자매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엄마의 말을 들으면서 자란 자매. 그녀들에게 엄마는 1인분만의 사랑만을 주었고, 그 사랑조차 한 사람에게만 주었다. 언제나 사랑을 받는 선택을 하는 것은 나였고, 그럴수록 선희는 자신이 욕심을 부리는 쪽과 함께 미움받는 대상이 되어야만 했다. 그렇게 다른 곳을 향해 걷는 듯 보이는 자매지만 선희는 나의 희생을 알기에 나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하는 상황이 생기자 나는 선희를 무너뜨릴 '그것'을 꺼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의 진실을 알게 된 순간 '그것'은 선희만을 노리는 칼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방에만 머무르던 수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는 수중에 얼마 되지 않은 돈을 가지고 생활해야 했던 탓에 물건을 하나 둘 훔치기 시작한다. 그러다 옷 가게에서 훔친 옷 때문에 발각될 위기에 놀라 뛰어 도망간 화장실에서 우연히 보게 된 '바다여행'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하고 그곳으로 가게 된다. 돈이 없지만 아버지의 유품인 반지를 내미는 수와 그런 수에게 해파리가 될 수 있게 해준다는 희조와 강. 해파리가 되어 지상에서의 삶에서 도망가려던 수는 빛나는 바다를 보며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 살아갈 용기를 내보게 되는 <지상의 밤>이었다.

소설을 쓰기 이해 모인 레지던시에서 한 달간 머무르게 된 정미는 소설 한편을 쓰고 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소음으로 불규칙한 수면상태는 여전히 고통스러웠고, 끊을 수 없는 담배로 옥상으로 갔던 정미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유와는 흡연이라는 공통의 사유로 안면을 익히게 되고, 정미는 점점 이유에 대한 관심이 커져간다. 그런 정미의 비밀스럽지만 거짓말로 이유씨와 흘려보낸 여름의 일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레지던시>였다.

자신의 부모님 얼굴조차 모르는 채로 큰아버지 댁에 얹혀살면서 사촌인 안리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정원. 정원이 알고 있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안리가 해 준 것이 다였고, 그렇게 살아가던 정원은 서은석으로부터 진실을 알 수 있는 힌트를 듣게 된다.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부모에 대한 진실, 그리고 자신에게 막 대하는 안리에 대한 복수를 정원은 할 수 있을까? <안뜰에 봄>을 읽다 보면 정원이 어떤 인격 장애를 가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잘 만든 캐릭터는 생동감을 얻어 작품 밖을 나가서도 살아 움직입니다." p.286

수강생들에게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나는 자신의 수강생 중에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던 L에 대해 떠올린다. 8주간의 소설 쓰기 수업에서 소설가인 자신을 이야기 속에 몰입하게 만든 L. 몇 년째 신작을 쓰지 못하고 있었기에 그의 재능을 질투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신이 쓴 소설을 발표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L.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연쇄살인 소식. L과 연쇄살인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지 궁금해질 무렵 예상치 못한 진실이 드러난다. <없는 사람>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전건우 작가님의 미스터리에 빠졌다.

우리 일상 속에 늘 함께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미스터리함으로 물들인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을 읽으면서 조예은 작가님과 전건우 작가님은 역시 하는 감탄과 함께, 새롭게 알게 된 임선우 작가님, 리단 작가님, 정지음 작가님께서 다음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가져오실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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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시작의 날 - 계절 앤솔러지 : 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5
박에스더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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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작을 기억하는 다섯 가지 방식, 계절 앤솔러지

시작은 언제나 설렘을 안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새롭게 시작될 나의 시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봄의 시작과도 같은 3월 2일, 아이들은 새 학년 새 학기를 맞게 된다. 불분명한 계절의 경예에 섣불리 봄 날씨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게 시작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다섯 분의 작가님께서 이야기하신다. 실제로 있을법한 이야기에서부터 상상의 세계로 넘어가야만 하는 SF 소설의 느낌 충만한 소설까지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3월 2일, 시작의 날》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사소한 것들도 소원이라고 말했던 엄마, 그런 엄마는 대학을 입학하는 영우의 입학식에 참석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갓 스물이 된 영우는 그것이 싫어 짜증을 내다가 입학식을 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런 영우의 작은 거짓말은 엄마의 사고로 이어진다. 홀로 대학교 정문에서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은 엄마의 사진 한 장이 영우에게 엄마가 직접 전한 마지막 메시지였다. 엄마의 소원이라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엄마에게 닿을 수 없는 대화창을 보면서 그리움으로 채워나간다. 그렇게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입학식, 영우는 교생실습을 갔던 곳에서 만난 민호의 입학식을 가기 위해 나선다. 서툴지만 용기 내어 나가려는 영우의 3월이 벚꽃색으로 입혀지기를.

슬아는 대학 신입생으로, 나는 재수생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슬아는 여전히 내가 알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서로에게는 단 한 명인 친구인 존재. 슬아의 학교로 가 강의를 듣던 중 교수가 이야기한 '여러분은 분명 실패할 겁니다'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교수와의 만남에서 그 이유를 듣게 되자 비로소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항상 성공할 수 없다. 때로는 실패하고 실패 뒤에 성공을 바라며 우리는 살아간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흘려보내면 잊어질 기억들, 소중한 이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다면 후회로 가득한 삶도 희망이 찾아오지 않을까.

사라지는 마음들을 되도록 오랫동안 움켜쥐고 싶다. 그럼 사라진다 해도 스친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주먹을 펴 보면 남은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안다. 뭔가를 손에 쥔 적이 있었음을.
청춘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안개처럼.
지나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p.77 ~ p.78

실제로 설재인 작가님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써진 이야기인 <메모리카드>는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한 사람의 인생에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닥쳐와 아민을 괴롭히고, 아민은 삶을 살아나가기 위해 과방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을 통해 과외를 하게 된다. 과외라는 명목하에 유정을 감시하는 보호자 역할이 된 아민. 자신의 마음을 읽어나가는 유정이 불편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불편함도 감수해야만 했던 아민. 그렇게 둘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의 유정의 죽음과 유정의 머리에서 나온 메모리카드까지. 어느 것하나 평범한 구석이 없었다.

지나가 버린 시간은 절대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이때뿐이다. p.133

오랜 시간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누군가를 찾기라도 하는 듯 기억을 더듬는다. 하지만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미래는 너무 오래 살아서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몸과 마음이 맞지 않아서였다. 몸과 영혼이 맞는 순간의 세계에서는 자신이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 애'로부터 들어야 하는 판결 주문도 단 한 사람, 장미래 만이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다른 공간에 머물러도 나의 마음은 그대로 기억되고 전해질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언제나 평생에 한 번>이었다.

<오늘부터 1일!>이라는 제목만으로 시작하는 설렘을 안겨주었다. 오랜 약속 끝에 만나 '오늘부터 1일'이기를 바라던 나는 남자친구의 학교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남자친구의 여자친구인 것처럼 보였다. 흰색 머리띠를 한 여자 얼굴만 쳐다보는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나와 나를 계속 따라다니는 스토커. 그들 간의 미묘한 관계를 보며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까 궁금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진실을 안겨주었다.

때로는 잊히기도 하고, 때로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일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도 한다. 기억은 그렇게 신비로운 것이다. 다양한 앤솔러지 도서를 읽어보았지만 시작하는 계절인 봄을 다룬 계절 앤솔러지는 처음이라 더 설레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니 여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기게 될지 기대하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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