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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안의 태양 - 사계절을 품은 네 편의 사랑이야기
부순영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4년 6월
평점 :
사계절을 품은 네 편의 사랑 이야기
우리의 삶에 사랑이 없다면 어떨까?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아이가 부모를 향한 마음, 남녀 간의 사랑 등 수없이 많은 사랑을 우리는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사랑 앞에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슬픔에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리라는 후회도 한다. 하지만 그런 후회 속에서도 우리는 또다시 다른 사랑을 찾곤 한다.
《터널 안의 태양》에는 우리가 하고 있는, 혹은 했었던, 하게 될 사랑을 담고 있다. 사랑과 계절이 만나 만들어낸 이야기인 만큼 계절에 어울리는 사랑을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싱그러운 초록빛이 넘쳐나는 여름처럼 풋풋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여름날의 영화표>는 소개팅을 한 그날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6개월의 연애 공백기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초원에게 친구인 효정은 자신의 친구를 소개하게 된다. 효정의 휴대폰 사진을 보고 기대에 부풀었던 초원과 다르게, 편하게 영화 한 편 보자는 이야기를 하는 초원을 거절하지 못하고 영화관으로 향하는 아준. 두 사람의 첫인상도, 두 사람의 소개팅의 자리도 예상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각기 다른 설렘에 끌리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둘은 소개팅 후 어떤 사이가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 "하루 딱... 이만큼이면 될 것 같은데."
대단한 생의 보람이나 심장이 녹을 듯 기쁨에 절여지는 삶이 아니더라도 그만, 이 정도면 됐다 싶은 마음으로 지낸다. 그렇담 새삼 그리 나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낮은 기준에서도 자구만 마음 한구석 텅 빈 순간이 공존해 왔다는 사실. 사람의 욕심이란 참. p.108 <이불집의 애호>중에서
엄마의 반대에도 결혼을 했던 나는 또다시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은 채 이혼을 한다. 그리고 얼마 뒤 엄마를 떠나보내게 된 나는 엄마가 살던 집과 이불집에 머물면 엄마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보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서로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만 떠오른다. 만나지 못한 딸 아희에 대한 기억도 모두 서서히 사라지는 듯한 쓸쓸함을 보여주는 가을의 사랑이었다.
<한낮의 젊은이, 원>에는 꿈에 대한 희망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나리오를 쓰는 규원은 공모전 당선 소식을 기다리지만, 발표날 오른 공고에는 자신의 이름이 없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건 자신을 믿어주는 애인 기헌이 있어서이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나가고 있는 또 한 사람인 해원. 그들의 간절함은 어떤 빛으로 그들의 삶에 물들게 될까?
표제작이기도 한 <터널 안의 태양>은 이별한 연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헤어졌지만 이따금 생각이 나서 건넨 문자, 처음에는 답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컸지만 이제는 달라져버린 서로의 생활만큼 기다림도 덜하다. 그러다 만나게 된 그들 사이에 흐르는 어색함은 겨울의 날씨처럼 싸늘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따금 만나게 되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헤어진 연인의 마음이 담겨 있어 그들의 관계가 터널 속에 머무는 관계와 다름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계절에, 서로 다른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터널 안의 태양》을 읽으면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문장들이 많았다. 그 문장들을 곱씹으며 읽어나가며, 사랑을 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사계절이 흘렀다. 나의 사랑은 지금 어디쯤일까. 당신은 어디에 머물러있나요? 하고 묻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