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앤드 앤솔러지
조예은 외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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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 장애'를 테마로 한 단편집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집이라는 안식처와 같은 공간이 가혹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 앤드 앤솔러지 시리즈,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이후에 다시 한번 전건우 작가님이 참여하신 앤솔러지를 만났다.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에는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히키코모리, 리플리증후군 그리고 사이코패스까지 '인격 장애'를 가진 이들을 다루고 있다.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하지만 주변에 있을지도 모를 인물을 다루고 있어 더 스릴 있었다.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이신 전건우 작가님뿐만 아니라 조예은 작가님까지 함께 참여하신 앤솔러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읽어보게 된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이다.

그날 밤 선희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반짝하고 떠올라 주변을 감쌌다. 수선화가 핀 어떤 물가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비정한 신화 속의 어떤 남자에게 내려진 여신의 저주처럼. 여신은 피가 묻은 칼을 건넨다. 남자를 사랑한 이의 피가 묻은 칼이다. p.64 <아메이니아스의 칼> 중에서

원래 하나였고, 지금은 둘이 된 선희와 나. 쌍둥이 자매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엄마의 말을 들으면서 자란 자매. 그녀들에게 엄마는 1인분만의 사랑만을 주었고, 그 사랑조차 한 사람에게만 주었다. 언제나 사랑을 받는 선택을 하는 것은 나였고, 그럴수록 선희는 자신이 욕심을 부리는 쪽과 함께 미움받는 대상이 되어야만 했다. 그렇게 다른 곳을 향해 걷는 듯 보이는 자매지만 선희는 나의 희생을 알기에 나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하는 상황이 생기자 나는 선희를 무너뜨릴 '그것'을 꺼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의 진실을 알게 된 순간 '그것'은 선희만을 노리는 칼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방에만 머무르던 수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는 수중에 얼마 되지 않은 돈을 가지고 생활해야 했던 탓에 물건을 하나 둘 훔치기 시작한다. 그러다 옷 가게에서 훔친 옷 때문에 발각될 위기에 놀라 뛰어 도망간 화장실에서 우연히 보게 된 '바다여행'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하고 그곳으로 가게 된다. 돈이 없지만 아버지의 유품인 반지를 내미는 수와 그런 수에게 해파리가 될 수 있게 해준다는 희조와 강. 해파리가 되어 지상에서의 삶에서 도망가려던 수는 빛나는 바다를 보며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 살아갈 용기를 내보게 되는 <지상의 밤>이었다.

소설을 쓰기 이해 모인 레지던시에서 한 달간 머무르게 된 정미는 소설 한편을 쓰고 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소음으로 불규칙한 수면상태는 여전히 고통스러웠고, 끊을 수 없는 담배로 옥상으로 갔던 정미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유와는 흡연이라는 공통의 사유로 안면을 익히게 되고, 정미는 점점 이유에 대한 관심이 커져간다. 그런 정미의 비밀스럽지만 거짓말로 이유씨와 흘려보낸 여름의 일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레지던시>였다.

자신의 부모님 얼굴조차 모르는 채로 큰아버지 댁에 얹혀살면서 사촌인 안리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정원. 정원이 알고 있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안리가 해 준 것이 다였고, 그렇게 살아가던 정원은 서은석으로부터 진실을 알 수 있는 힌트를 듣게 된다.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부모에 대한 진실, 그리고 자신에게 막 대하는 안리에 대한 복수를 정원은 할 수 있을까? <안뜰에 봄>을 읽다 보면 정원이 어떤 인격 장애를 가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잘 만든 캐릭터는 생동감을 얻어 작품 밖을 나가서도 살아 움직입니다." p.286

수강생들에게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나는 자신의 수강생 중에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던 L에 대해 떠올린다. 8주간의 소설 쓰기 수업에서 소설가인 자신을 이야기 속에 몰입하게 만든 L. 몇 년째 신작을 쓰지 못하고 있었기에 그의 재능을 질투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신이 쓴 소설을 발표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L.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연쇄살인 소식. L과 연쇄살인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지 궁금해질 무렵 예상치 못한 진실이 드러난다. <없는 사람>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전건우 작가님의 미스터리에 빠졌다.

우리 일상 속에 늘 함께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미스터리함으로 물들인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을 읽으면서 조예은 작가님과 전건우 작가님은 역시 하는 감탄과 함께, 새롭게 알게 된 임선우 작가님, 리단 작가님, 정지음 작가님께서 다음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가져오실지 기대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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