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시작의 날 - 계절 앤솔러지 : 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5
박에스더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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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작을 기억하는 다섯 가지 방식, 계절 앤솔러지

시작은 언제나 설렘을 안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새롭게 시작될 나의 시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봄의 시작과도 같은 3월 2일, 아이들은 새 학년 새 학기를 맞게 된다. 불분명한 계절의 경예에 섣불리 봄 날씨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게 시작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다섯 분의 작가님께서 이야기하신다. 실제로 있을법한 이야기에서부터 상상의 세계로 넘어가야만 하는 SF 소설의 느낌 충만한 소설까지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3월 2일, 시작의 날》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사소한 것들도 소원이라고 말했던 엄마, 그런 엄마는 대학을 입학하는 영우의 입학식에 참석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갓 스물이 된 영우는 그것이 싫어 짜증을 내다가 입학식을 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런 영우의 작은 거짓말은 엄마의 사고로 이어진다. 홀로 대학교 정문에서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은 엄마의 사진 한 장이 영우에게 엄마가 직접 전한 마지막 메시지였다. 엄마의 소원이라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엄마에게 닿을 수 없는 대화창을 보면서 그리움으로 채워나간다. 그렇게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입학식, 영우는 교생실습을 갔던 곳에서 만난 민호의 입학식을 가기 위해 나선다. 서툴지만 용기 내어 나가려는 영우의 3월이 벚꽃색으로 입혀지기를.

슬아는 대학 신입생으로, 나는 재수생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슬아는 여전히 내가 알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서로에게는 단 한 명인 친구인 존재. 슬아의 학교로 가 강의를 듣던 중 교수가 이야기한 '여러분은 분명 실패할 겁니다'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교수와의 만남에서 그 이유를 듣게 되자 비로소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항상 성공할 수 없다. 때로는 실패하고 실패 뒤에 성공을 바라며 우리는 살아간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흘려보내면 잊어질 기억들, 소중한 이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다면 후회로 가득한 삶도 희망이 찾아오지 않을까.

사라지는 마음들을 되도록 오랫동안 움켜쥐고 싶다. 그럼 사라진다 해도 스친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주먹을 펴 보면 남은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안다. 뭔가를 손에 쥔 적이 있었음을.
청춘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안개처럼.
지나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p.77 ~ p.78

실제로 설재인 작가님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써진 이야기인 <메모리카드>는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한 사람의 인생에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닥쳐와 아민을 괴롭히고, 아민은 삶을 살아나가기 위해 과방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을 통해 과외를 하게 된다. 과외라는 명목하에 유정을 감시하는 보호자 역할이 된 아민. 자신의 마음을 읽어나가는 유정이 불편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불편함도 감수해야만 했던 아민. 그렇게 둘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의 유정의 죽음과 유정의 머리에서 나온 메모리카드까지. 어느 것하나 평범한 구석이 없었다.

지나가 버린 시간은 절대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이때뿐이다. p.133

오랜 시간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누군가를 찾기라도 하는 듯 기억을 더듬는다. 하지만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미래는 너무 오래 살아서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몸과 마음이 맞지 않아서였다. 몸과 영혼이 맞는 순간의 세계에서는 자신이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 애'로부터 들어야 하는 판결 주문도 단 한 사람, 장미래 만이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다른 공간에 머물러도 나의 마음은 그대로 기억되고 전해질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언제나 평생에 한 번>이었다.

<오늘부터 1일!>이라는 제목만으로 시작하는 설렘을 안겨주었다. 오랜 약속 끝에 만나 '오늘부터 1일'이기를 바라던 나는 남자친구의 학교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남자친구의 여자친구인 것처럼 보였다. 흰색 머리띠를 한 여자 얼굴만 쳐다보는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나와 나를 계속 따라다니는 스토커. 그들 간의 미묘한 관계를 보며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까 궁금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진실을 안겨주었다.

때로는 잊히기도 하고, 때로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일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도 한다. 기억은 그렇게 신비로운 것이다. 다양한 앤솔러지 도서를 읽어보았지만 시작하는 계절인 봄을 다룬 계절 앤솔러지는 처음이라 더 설레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니 여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기게 될지 기대하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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