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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3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07년 7월
평점 :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다는데 영화는 보지 못했다. 아니 보고 싶지 않다. 너무나 슬픈 이야기이기에 말이다.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유태인이 겪은 일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시시콜콜 드러내지 않는다. 수용소에 갇힌 유태인들의 모습을 오직 브루노라는 아홉 살 소년의 눈에 비친 대로 들려주는데, 그것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모험을 좋아하는 브루노는 유태인들이 그저 특별한 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이미 그 유태인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역시도 이런 효과를 통해 당시의 인간의 우매함을 다시 생각해 보고 결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을 촉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아빠가 독일군 장교인 브루노의 가족은 베를린에서 아우비츠로 이사를 온다. 아직 어린 브루노는 아빠가 군대 관련 일을 하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 왜 이곳으로 이사오게 된 것도 정확히 모르고, 아우비츠가 마음에 들지도 않는다.
집에만 있어 갑갑해하던 브루노는 창 너머로 보이는 수감소와 그곳에서 생활하는 줄무늬 파자마 같은 옷을 입은 수감원을 보고는 호기심을 갖게 된다. 탐험가가 꿈이었던 브루노는 탐험 차 철조망 근처까지 가게 되고 거기서 자신과 생년월일이 같은 폴란드 국적의 유태인 소년 쉬뮈엘을 만난다. 이후 브루노는 이 때문에 삭발을 하게 되고,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자 마지막으로 철조망 안을 탐험하려 들어가는데...이후 이야기는 상상에 맡긴다. 아마도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런 비극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2차 세계대전 후에 전범재판이 열려 유태인 학살의 책임자들을 치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만의 죄였을까? 내용 중에 브루노의 할머니가 “그런 제복을 입고 있으면 네가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는가 보다. 그 진짜 의미도 모르면서...그 옷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는 있니?” 또는 “지금 네 모습은 꼭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 같구나”는 말이 있다. 부화뇌동한 모두의 죄일 것이다. 언제, 어느 때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다. 무리 속에서 혼자 고고함을 지키기는 쉽지 않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악에 물들지 않는다면 그런 힘든 지경에 처할 일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인 것 같은데,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불행한 이야기들이 계속 들려온다. 오랜 세월에 걸쳐 가슴 아픈 일들을 많이 겪어왔음에도 말이다.
아무튼 죄는 어떻게든 나에게 되돌아옴을 깨닫고 모두가 선하게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