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사생활 - 나를 치유하는 일상의 99가지 사물
이민우 글, 정세영 사진 / 이숲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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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하다. 사물에게 사생활이 있을까? 당연히 없는 줄 알지만 손길이 간다. 게다가사진작가가 찍은 멋진 사진이 함께 있어서 눈도 즐겁다.

이 책은 사물의 사생활을 파헤친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고찰이다. 이 책의 저자 이민우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다. 그런 만큼 사물을 보는 시각과 감성이 남다르다. 그리고 박학다식하다. 여러 사물과 연관된 다양한 지식을 준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라디오 프로그램 애청자였는데, 그때 한 프로그램에서 사물의 입장에서 쓴 글을 읽어주는 코너가 있었다. 이를테면 30센티미터 자가 화자가 되어 자의 일상과 자가 겪는 애환을 표현하는 글이었는데, 색다른 시각을 갖게 해서 매우 재미있었다.

창의력을 키우는 연습은 늘 보던 것을 다르게 보는 데서 출발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창의력 훈련을 시작하기에 좋다. 물론 모든 사물에 대해 다르게 보기를 시도하지는 않는다. 깊이 보는 경우도 있고 나도 어렴풋하게 느꼈던 것을 콕 집어 표현해 놓기도 했다. 각 사물마다 크게 찍은 사진 한 장과 그에 대한 소회를 한 쪽 분량으로 짧게 적어 놓았다.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매우 마음에 든 구절은 다음과 같다.

9쪽에 나온 것이다. ‘사물을 지칭하는 말 중에 한자로 물건 품()이 있다. 입구() 자 세 개를 포개어 놓았다. 여럿이 입 모아 대화하다 보면 쓸 만한 것이 나온다 해서 만들어진 회의 문자라는 설이 있다. (중략).. 좀 더 파도를 타면, ‘자는 우리와 너, 나의 생명공동체다. 땅과 자연, 하늘을 하나로 품는 공존의 인드라망이다. 실은, 품의 뜻 중에 같다, 같게 하다가 있다. 남의 입이든 내 입이든, 밥 한 술 떠주는 일은 고단하고 장엄하다. 사물은 그것의 숟가락 젓가락이다. 그 가짓수가 많은 사람은 그만큼 욕심이 있거나 열심히 산다는 뜻이다.‘

이 글을 보면서 가진 물건 수가 많아 집안이 늘 너저분한 나를 욕심이 많다고 반성해야 할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응원해야 할까 생각해 봤다.

또 한 글은 53쪽에 있는데, ‘집게의 일생은 묵언수행과 육체노동으로 초지일관한다. 위대한 침묵의 힘이다. 그리스 아토스 산에 있는 수도원의 수사, 히말라야 산중의 동굴에 은거한 수도승도 그의 그림자를 밟을 만한 이가 없을 것이다. 조금만 집게가 언행일치를 조용히 보여준다.’ 입을 벌리고 있으면 안 되는 집게의 운명을 묵언수행으로 표현했다. 재미있고도 멋진 표현이다. 이밖에도 날 움직이게 하려면 너도 움직여. (중략) 사물과 인간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라고 자전거에 대해 적어 놓았고, ’음식을 먹는 게 아니다. 떠난 사랑을, 지겨운 밥벌이를, 스트레스를 먹는다. 잠시나마, 사는 맛조차 무감각해지고 싶다라고 고추에 대해 표현해 놓았다.

이렇게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가슴을 울리는 글이 실려 있다. 그리고 늘 아무렇지도 않게 봐왔던 사물들도 사진의 멋진 피사체가 됨을 볼 수 있다. 아울러 내 주변의 사물을 둘러보게 만든다. 바삐 살다보니 내 주위에 뭐가 있는지도 살펴보지 않고 무심하게 보냈는데 이 책을 통해 손과 마음을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내게 의미가 있는 사물은 무엇이고 그것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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