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구하는 모퉁이 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5
도 판 란스트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도 흥미롭고 표지에 붙은 독일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마크가 눈에 들어 읽게 되었다. 역시나...우리 감성에는 아직 유럽 쪽 이야기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청소년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표현들이 다소 노골적이어서 두 아이를 둔 엄마인 나도 민망할 정도이다.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에서도 성적인 표현들이 대담해지긴 했지만, 아직 유럽의 이야기를 쉽게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청소년들의 성관계가 금기인데, 이 책에서는 열다섯 살 소녀인 주인공 나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청년을 유혹하는 이야기라든가 주인공의 친구인 쑤가 레즈비언으로서 주인공 소녀에게 스킨십을 하는 것 등이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돼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 중에서도 동성애를 다룬 것이 있다고는 하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아 어느 정도까지 표현해 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살아왔기에 이 책에서 성에 다루는 내용들이 퍽 이질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책 뒤에 딸린 작품 해석에 의하면, 이 책은 청소년들이 가지는 진지한 고민들을 담고 있다고 되어 있던데,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는 그런 의미들을 모두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작품 해설까지 읽고서야 나는 이 책에 담긴 여러 가지 뜻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많은 상징이 담겨 있다. 우선 주인공의 집이 그렇다. 사고가 빈발하는 길 모퉁이에 있는 집이다. 우리나라 텔레비전에서도 간혹 그런 집이 보도된 경우가 있었다. 길의 구조상 자동차에 받힐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집 말이다. 이런 요상한 위치에 있는 집에 살면서도 주인공의 가족은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 그 집은 앞에 있는 강에 다리도 반밖에 놓이지 않은, 어정쩡하게 개발된 곳에 있어서 항상 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 주인공의 부모는 이 집의 독특한 위치 때문에 일어난 자동차 사고를 통해 만난 사이이다. 이 집의 딸인 엄마가 이 집을 자동차로 들인 받은 청년을 간호하다 결혼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고가 날까봐 노심초사하면서도 이 가족은 다른 조치를 강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현실에 지나치게 안주하는 가족이다. 그런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소녀는 상상을 하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아마도 이 주인공 소녀는, 책 제목인 ‘사람을 구하는 모퉁이집’인 그 집의 사명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녀의 집 앞에 놓인 반쪽짜리 다리 역시 그 소녀의 나아지지 않을 현실을 상징하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는다. 친구 쑤와의 관계와 자신만의 상상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는다. 쉽게 읽히나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희망을 잃지 말고 많이 고민하고 스스로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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