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변경선 문학동네 청소년 9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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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가까워질수록 고3들은 무지 초조하겠다. 하루하루 날짜가 바뀌는 소리가 들릴 정도일 것 같다. 아직 고1인 내 딸도 이런저런 학업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내 아이를 보면서 고3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자신을 따돌리고 괴롭혀 놓고서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잘 지내는 아이들이 미워서, 그들의 얼굴을 가급적 보지 않기 위해서, 숨 막히는 학교에서 얼마 동안을 벗어나 있고 싶어서 백일장에 참가한다는 김윤희의 이야기가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왕따,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가 하면 시가 좋아서 열심히 시를 쓰지만 백일장에서 수상실력은 미미한, 그래서 더 시 쓰기에 매달리는 우진이의 현실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우진이는 자기 꿈을 위해 예술고등학교로 편입하지만 그곳에서도 그의 꿈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이 우진이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현실이 느껴진다.

고3인 이 두 사람을 ‘날짜변경선’이라는 인터넷 백일장 카페에서 만난 고2 정현수는 글쓰는 능력은 출중하지 않지만 글쓰기를 좋아한다. 백일장에서 매 번 고배를 마시지만 열심히 참가한다. 이런 현수에게 담임은 글에는 재능이 없으니 공부에 전념하라고 하고, 부모님들도 현수가 백일장에 참가하는 것을 대놓고 말리진 않지만 다른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게 우리 청소년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모습이며 부모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현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다.

이렇게 이 책 속에는 우리 중고생들이 처한 여러 가지 현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세 아이가 만나서 그런 문제들을 풀 수 있게 된 곳이 인터넷 공간이다. 요즘 세상에 딱 맞는 내용이다.

책에서도 지적했지만, 기성세대라면 인터넷을 통한 만남이 탐탁지 않게 여겨지겠지만, 이 세 아이는 가상공간에서의 대화와 그 후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오해를 풀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이들은 과도한 학업 경쟁 인해 서로가 라이벌이 된 자신의 학교 친구들과는 마음껏 나누지 못하는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우정도 쌓게 된다.

흔히 인터넷을 통한 만남이라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얼마든지 자신을 포장하고 감출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신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나쁜 점이 있으면 좋은 점도 있는 법. 인터넷도 그렇다. 목적이 없는 지나친 인터넷 사용은 문제가 되겠지만, 이 책의 ‘날짜변경선’처럼 좋은 목적으로 이용된다면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 걱정 문제를 덜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인터넷이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소통의 공간 중 하나라는 것을 잘 보여주며, 청소년기가 자신의 장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더욱 필요한 때임을 일깨워준다. 김윤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잘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한다. 여기에 내 생각을 보태면, 하고 싶으면서도 잘 하는 일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이 책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 못지않게 타인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도 일깨워준다.

날마다 태양은 날짜변경선을 지나면서 우리에게 또 다른 하루를 선사한다. 이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잠시나마 생각해 봤으면 한다. 분명 어제와는 다른 하루, 나은 하루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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