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 비룡소의 그림동화 64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비룡소 / 200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슈렉>이 영화로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림책 작가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윌리엄 스타이그의 작품 중에 <슈렉>이 있었다. 어찌나 놀랍고 반갑던지...즉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왔다.

  윌리엄 스타이그는 원래 만화가였다. 그림책 작가로는 60세에 등단했다. 그러니 그가 <슈렉>의 원작자라는 것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닌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고, <슈렉>이 세계적으로 히트해서 속편이 이어서 나오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라서 더욱 놀랍고 반가웠다.

  이전에 읽은 그의 작품 <엉망진창 섬>에서도 그는 육지와 물 속, 공중에 사는 온갖 이상한 괴물들을 창조해냈다. 그래서 그것들에 비하면 슈렉은 점잖다고 할까, 아니면 꽤 반듯하다고 할까. 아무튼 괴물성이 다소 줄어든 느낌이다. 그러나 괴물에 대한 설명에서는 슈렉이 더 자세하고 훨씬 괴물답다.

  슈렉은 엄마, 아빠보다도 못 생겼고 입으로는 불을 뿜고 귀에서는 연기가 솟는다. 역겨운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나무나 풀이 길을 비켜줄 정도다. 이런 슈렉이 못된 짓을 하러 세상으로 나오다가 마녀를 만나고 마녀에게 자기 운명에 대해 묻는다. 마녀는 슈렉에게 당나귀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 당나귀가 만나게 해 준 기사를 물리치면 공주와 결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공주는 슈렉보다 훨씬 못생겼단다. 그런 말에는 아랑곳 않고 슈렉은 공주라는 데만 주목한다.

  슈렉은 마녀의 예언대로 당나귀를 만나고 성 앞에서 갑옷의 기사를 물리치고 공주를 만나서 결혼한다. 그냥 줄거리를 말한다면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다. 전통적인 공주와 기사 이야기 또는 공주와 왕자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슈렉과 공주의 모습을 본다면, “으악!”하고 저절로 비명이 나온다. 더 재미있는 것은 슈렉과 공주는둘 다 자신들이 못 생겼고 더럽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첫눈에 반해서 결혼을 한다. ‘사과잼 롱롱’, ‘꼬끼오 꼬꼬’라는 요술 주문의 힘 때문일까? 이 주문들이 둘이 만났을 때 외치는 주문이다. 이 주문 때문에 눈에 콩깍지가 쓰인 것도 아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제대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 것이다.

  이 그림책의 공주에 비하면 영화 <슈렉>에 나오는 피오나 공주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이고 공주다운 분위기다. 이 책의 공주는 새도 아닌 것이 입은 부리처럼 생겼고 마녀 같기도 한 아주 끔찍한 모습이다. 기괴스런 분위기지만 웃음이 난다. 유머가 있는 책이다. 당나귀만이 <실베스터와 요술조약돌>이라는 작품에 나온 당나귀 실베스터를 연상시킨다. 이 당나귀를 통해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 풍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유난히 무서운 이야기를 무지 좋아하고 미지의 것에 대해 흥미를 보이는데 그럴 때 있으면 좋겠다. 괴물의 모습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영화 속 슈렉의 이미지가 떠올라 슈렉을 좋게만 보게 되지만 이 책의 슈렉의 모습에 주목한다면 영화 속 슈렉을 까맣게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사랑은 어디에든 있음이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