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미야 세상을 주름잡아라
임정진 지음, 강경수 그림 / 샘터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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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의 최대 걱정이 바로 주름이다. 이제 얼굴이 잔주름이 가기 시작했다. 입가에 굵은 주름이 생긴 지는 벌써 오래 되었지만 다행히도 눈가에는 잔주름이 없어서 내심 좋아했는데 슬슬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 주름들을 정말 다리미로 필 수 있다면 피고 싶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이 내 마음에 팍 꽂힐 수밖에.

  이런 점에서 이 책을 마음에 위안을 주는 책이다. 또한 과학책이다. 주름이 얼마나 과학적인 원리인가 알려준다. 좁은 공간에 많은 것을 집적시킬 수 있는 것이 주름이 가진 과학이다. 주름치마. 보기에도 좋아 보이고 주름이 펴지면 넓기 때문에 얼마나 활동적인가. 부채 또한 주름 때문에 접었다 펼 수 있고 그렇기에 휴대하지 간편하다. 우산이나 병풍 모두 보관의 편리성을 주름에서 얻은 장치들이다.

  이 책은 이렇게 주름이 진 물건이나 동물들이 결성한 주름협회의 회장 선거에 관한 이야기다. 동물 중에서 주름 하면 코끼리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코끼리 코 말이다. 동물원에 살고 있는 코끼리가 이런 중차대한 날을 맞아 사육사의 허락을 받아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된다. 코끼리를 염려해서 사육사 아저씨가 동행하는데 이 아저씨의 이마에도 주름이 잡혀 있다. 여기에 주름치마가 자신의 주름을 잡아주는데 일조한 다리미를 데리고 와서는 회장으로 추천하는 바람에 한바탕 논의가 인다. 종이가 찢어지는 바람에 종이를 새로 붙였다가 주름이 없어지는 바람에 선거장에 돌아오지도 못한 합죽선의 주름도 잡아준 덕분에 다리미는 합죽선의 지지도 받지만, 다리미 반대파들은 다리미는 다리미풀, 홍두깨, 인두, 다듬이돌과 함께 빤빤 회원이라고 다리미의 회장 추천을 결사반대한다. 결국 회장은 번개무늬주름이 잡힌 타이어가 뽑힌다.

  앞서 말한 물건들 외에도 주름빨대, 아코디언, 빨래판 등이 등장해서, 주름은 미끄러운 것을 막아주고 좁은 곳에 큰 것을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며 자랑한다. 또한 주름은 세월이 흐르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며 그래서 그 속에 삶의 지혜가 있다고 주름을 찬양한다. 이것이 바로 주름의 미덕이다.

  작가 역시도 주름이란 있으면 지저분하고 다려서 없애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구겨진 옷감이 유행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서 주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단다. 이렇게 이 글은 무언가를 판단할 때 한 가지만 보고 좋다 나쁘다 결정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썼다고 한다. 그리고 노인의 주름 속에 삶의 지혜가 담겨있음을 잊지 말자. 요즘 주름을 펴주는 주사가 유행인데, 이렇게 해서라도 없애야 하는 것이 주름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주름을 시간의 흔적으로 좋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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