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 비룡소의 그림동화 108
존 버닝햄 글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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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만 봐도 즐거움이 느껴진다. 해골깃발이 그려진 배를 타고 하는 해적놀이, 아이들은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모험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런 것을 허락하는 부모가 과연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셜리의 부모는 셜리를 데리고 바닷가로 일광욕을 하러 간다. 바닷가로 걸어가면서 부모는 셜리에게 헤엄치기에는 날씨가 너무 쌀쌀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의자는 달랑 두 개만 갖고 간다. 그럼 셜리더러 무엇을 하라는 말인가? 모래 놀이나 하라는 뜻이다. 모래 놀이 도구도 없는데...

  셜리의 부모는 다른 애들이랑 가서 놀라며 둘은 모래밭에 펼쳐 놓은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일을 한다. 엄마는 뜨개질, 아빠는 신문보기, 그동안 셜리는 무엇을 할까?

  강아지를 배에 태우고 큰 배에 올라가 해적놀이를 한다. 그래도 여전히 부모는 셜리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자기 일에만 열심이다. 가끔 셜리에게 이것은 하지 마라, 저것은 안 된다며 잔소리를 한다. 그동안 셜리는 해적선 놀이에 한창이다. 한참 휴식을 취한 뒤 부모는 셜리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다행히 그동안 셜리도 실컷 해적 놀이를 했다. 그래서 조용히 부모를 따라서 집에 간다.

  셜리 부모의 행동과 셜리의 행동을 양쪽에 나란히 대비해 놓았다. 자기 일에 열중한 나머지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잔소리하는 셜리의 부모를 보면서 뜨끔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설거지나 빨래를 하면서 그동안에 아이가 장난을 칠까봐 잔소리를 했었고 바쁘게 일할 때 아이가 다가와서 이야기를 하면 제대로 듣지도 않고 ‘그래, 그래’라며 건성으로 대답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보다는 부모가 봐야 할 책이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부모의 입장만 강요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물론 아이에게는 통쾌함을 줄 것이다. 부모 몰래 자기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까.

 존 버닝햄은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글을 많이 썼다고 한다. 앞으로 존 버닝햄에 대해 더 많이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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