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퀸 - 골짜기로 내려간 여우 그림책은 내 친구 17
존 버닝햄 글.그림, 안민희 옮김 / 논장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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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꾀 하면 여우를 당해낼 수 없을 것 같다. 진짜 여우가 이렇게 꾀가 많은지는 모르겠다. 왜 서양이나 동양이나 모두 여우를 지혜로운 동물로 여기게 됐는지 의문이다. 아무튼 이 책에서도 여우는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는 동물로 나온다.

  하퀸은 어린 여우다. 부모가 사냥꾼들이 쫓아올 수 있으므로 자기들이 살고 있는 굴 근처인 산 위에서만 놀고 골짜기로는 절대로 내려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동물이나 사람이나 아이들이 어디 그런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하퀸도 그렇다.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 몰래 골짜기로 내려간다. 골짜기에는 마을이 있었고 토끼와 닭 등 먹이를 잡기가 쉬웠다. 그래서 하킨은 위험한 늪이 있는데도 두려워 않지 않고 골짜기에 자주 내려왔고 늪을 지나지 않고 늪 건너편으로 가는 비밀 통로를 찾아낸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부모의 당부를 무시하고 골짜기를 드나들던 하퀸이 사냥터지기의 눈에 띤다. 사냥터지기로부터 여우가 있다는 말을 들은 땅주인은 사냥꾼들을 데리고 여우를 잡으러 온다. 여우 가족은 초비상상태에 직면한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으로 빚어진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하퀸이  용감히 밖으로 나가서 사냥꾼들을 늪으로 유인해 모두가 늪에 빠지게 한다. 그 뒤로 아무도 사냥을 하러 오지 않았고 여우들은 비로소 골짜기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어떤 일이든 모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없음을 말해준다. 하퀸이 부모의 당부대로 산꼭대기에 있었다면 골짜기를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얻지 못했을 것이다. 골짜기를 자주 드나들어 골짜기의 특성을 알았기에 사냥꾼들이 다시는 골짜기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다. 역시 용기 있는 자만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아이가 도전 정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시작 부분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산꼭대기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여우들이라고 표현돼 있지만 그저 굴 앞에 나와서 골짜기를 동경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즐거움이란 없고 무기력한 표정이다. 골짜기에 형성된 넓은 마을을 바라보며 그 한계를 넘을 수 없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림책이지만 반성케 한다.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하퀸처럼 도전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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