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마녀와 빵공주 높은 학년 동화 12
김녹두 지음, 이지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동병상련...아파 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직접 겪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고 한다. 나눔이든 배려든 낮은 자리에서 그 소중한 체험을 해 본 사람만이 인생에서 왜 그런 것들이 필요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밴드마녀와 빵공주를 보면 이 말을 무척 실감하게 된다. 밴드마녀의 이름은 하은수다. 원래는 박은수였다. 엄마랑 단둘이 살다가 5학년 때 아빠 집으로 보내지고 그때부터 하은수가 된다. 은수는 이 세상에 없는 줄로만 알았던 아빠를 만나고 거기다 그 아빠에게 엄마와 중학교 2학년생 딸이 있다는 충격적인 일을 겪는다. 어린 마음에 견디기 힘들 일을 받아들여야 했던 은수는 사나운 아이로 바뀐다. 반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에 민감하고 난폭하게 대응하는데, 반 아이들인 이런 은수의 모습을 보고 그 난폭함이 은수가 손가락에 감고 다니는 밴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 은수에게 ‘밴드마녀’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사실 은수도 어떤 상처에든 밴드만 붙이는 낫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6학년이 돼 은수와 같은 반이 된 방공주는 이름 때문에 선생님으로부터 ‘빵공주’라 불린다. 그런데 그 별명에 걸맞게 방공주는 먹을 것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빵을. 하지만 빵공주가 빵을 좋아하게 된 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3학년 때 집을 나간 엄마가 빵을 한 봉지 가득 사주면서 그 빵을 다 먹고 기다리면 엄마가 오겠다고 말하고 떠나고 나서부터다. 하지만 공주의 엄마는 집에 돌아오지는 않고 오히려 공주 아빠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이렇게 이 두 아이는 상처를 갖고 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어루만진다. 은수는 밴드를 통해, 공주는 빵을 통해서 마음의 상처를 줄이고자 한다. 교실에서 벌을 서다가 친하게 된 이 둘은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알게 되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위안이 된다.

  다행이다. 은수와 공주가 친구가 되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다독여줄 친구가 없었더라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은수가 친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절망할 때 공주가 은수의 가슴에 밴드를 붙여주면서 이젠 마음이 덜 아플 것이라고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밴드가 있다면 진짜로 날개 돋친 듯이 팔릴 것이다. 아무튼 누구에게든 밴드처럼 위로가 되는 사람이 돼야겠다.

  그리고 누구든 이 세상에 태어났음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 그의 탄생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축복받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말이다. 축복받지 못했다면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겠지만, 어쨌든 우리의 탄생 자체는 신에 의한 특별한 선택이었고 은총이었음을 잊지 말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아야겠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할 영순위는 나’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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