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늑대 작은 늑대의 별이 된 나뭇잎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92
올리비에 탈레크 글, 나딘 브룅코슴 그림, 이주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던 <큰 늑대와 작은 늑대>의 후속편이다. <큰 늑대와 작은 늑대>는 혼자 살던 큰 늑대 곁에 작은 늑대가 와서 친구가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큰 늑대는 처음에는 작은 늑대의 등장에 위협을 느끼며 경계하지만 작은 늑대가 결코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음을 알고는 마음을 주고 진정한 친구가 된다.

  이렇게 친구가 된 큰 늑대와 작은 늑대가 사는 나무 꼭대기에 화창한 봄날에 곱고 부드러운 연둣빛 나뭇잎 하나가 삐쭉하게 올라온다. 작은 늑대가 큰 늑대에게 이 나뭇잎을 따 달라고 조른다. 큰 늑대는 때가 되면 떨어질 것이므로 기다려 보라고 작은 늑대를 달랜다.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들고 잎이 떨어질 때 그 나뭇잎도 떨어질 줄 알았는데 겨울이 되고 그 작은 나뭇잎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더 이상 작은 늑대가 부탁을 하지 않자 큰 늑대가 먼저 그 잎을 따주겠다고 말한다. 큰 늑대는 힘겹게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서 나뭇잎을 붙잡지만 그 나뭇잎은 바스러져 조각조각 떨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떨어지는 나뭇잎 조각들을 보면서 작은 늑대는 별을 보는 듯한 황홀함을 느낀다. 그리고 큰 늑대가 무사히 나무에서 내려오기를 바란다.

  이 책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로지 작은 늑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무리를 해 가면서까지 나무에 오른 큰 늑대의 배려심, 큰 늑대의 말대로 나뭇잎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작은 늑대의 믿음, 비록 나뭇잎을 손에 넣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따려 하는 노력을 통해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마음 등을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책 뒤 설명에 따르면, 큰 늑대와 작은 늑대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마지막 장면은 이들처럼 사랑하는 이들과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믿음이 필요한 시대임을 말하는 것이란다.

  잔잔히 감동이 있는 이야기다. 사계절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그림도 좋지만, 포근한 겨울 풍경과 별이 총총한 밤하늘의 그림이 인정이 따뜻했던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참고 기다릴 줄 알았고 같이 잘 살아보자고 했던 때 말이다. 생뚱맞지만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물론 난 그 이후 세대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이 노래가 유행했다고 한다. 진부한 노래 가사지만, 한번쯤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겠다.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공익광고에서 아무리 떠들지만 진짜 그런 세상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지는 모르겠다.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은 여전히 우리 모두가 수행해야 할 과제다. 이 책이 오늘날의 각박함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 뒤 설명 중 나온 글이다. 기다림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글이라서 적어본다. ‘진작 따 주었더라면 훨씬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봄에 나뭇잎을 땄다면, 반짝반짝 빛나는 여름 잎도, 가을 잎의 고운 빛깔도, 외롭고 진한 겨울 잎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조급증을 조금은 누그러뜨리게 할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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