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깐뎐 푸른도서관 25
이용포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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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깐뎐 제목부터 독특하다. 우리나라 고전 중에 이런 작품이 있나 궁금증을 자아낸다. 중국말 같기도 하고...그러나 우리나라 고전은 아니다. 작가의 창작이다. 언어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아이들은 영어 공부하느라 무척 힘들다. 국제화된 시대에서 세계 공용어가 된 영어는 우리말과 같은 비중으로 습득해야 하는 중요한 언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시대를 넘어서 아예 자국 언어의 사용을 폐지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게 된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 중 특히 한글을 창제한 지 600주년이 된 2044년 6월 21일의 일이다.

  제니는 아버지와 자신을 두고 다른 남자와 재혼했지만 이제는 돌아가신 엄마에게서 한글 시가 새겨진 비단 천 조각을 물려받는다. 이 천은 제니의 모계 쪽 조상 할머니였던 뚜깐 할머니의 것으로서, ‘뚜깐뎐’이라는 책과 함께 여성들에 의해 대물림되고 있는 귀중한 물건이었다. 책과 시가 적힌 종이들과 비단천이 전해졌는데 제니 엄마의 보관 실수로 비단 천 한 장만 담게 되었다.

  이미 영어가 공용어가 되고 한글은 국어시간에 의무적으로 배우는 신세가 된 세상이어서 제니는 한글도 된 이 천 조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자신을 위해 어렸을 때 읽었던 뚜깐뎐의 내용을 기억해서 적어 놓은 글을 보면서 우리글의 중요성을 조금은 깨닫게 된다.

  뚜깐뎐의 내용은 똥뚜깐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뚜깐이라는 이름은 가진 주막집 소녀가 나랏말(한글)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만나서 글을 배우고 이들을 통해 나랏말을 지키는 것의 사명감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연산군 때에는 연산군을 비방하는 한글 괘서들이 자주 붙곤 했다고 한다. 이런 일로 연산군은 한글의 사용을 폐지했으며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핍박했다. 이 글에서 뚜깐이 만난 사람들은 집현전 학사를 지낸 노인을 따라 다니면서 중국 서적들을 우리글로 옮김으로써 한글의 보급 및 전수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었다.

  뚜깐뎐은 뚜깐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글이다. 가난한 주막집의 딸이었던 뚜깐이 신분 때문에 겪었던 가슴 아픈 인생 이야기도 들어 있어 더 재미있다. 뚜깐은 사부에 의해 ‘해문이슬’이라는 멋진 이름을 받는다. 두간텬의 장마다 그녀가 지은 아름다운 시들이 실려 있다. 뚜깐의 사부는 우리말을 널리 알리려면 아름다운 시를 남겨야 한다며 글을 배워서 꼭 시를 지으라고 당부했다. 뚜깐의 시는 조선시대 시 같지 않은데 그 이유는 뚜깐이 정식으로 시 작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뚜깐의 이야기 슬프면서도 재미있다. 암글이나 언문이라고 무시되었던 한글의 위상이 느껴진다. 지금은 한글이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이라 칭송되고 있지만, 영어몰입교육 때문에 앞으로는 한글이 또 어떤 위기에 놓이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어가 우리의 공용어로 자리 잡는 시대는 오지 않으리라 믿는다. 영어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왜 그런지 스스로 터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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