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인력거
미탈리 퍼킨스 지음, 고정아 옮김, 제이미 호건 그림 / 북뱅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남녀평등을 이룩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남녀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특히 중동이나 서남아시아 등 이슬람 권역에서는 더 그런 것 같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잘못된 해석일지도 몰라도, 부르카나 차도르를 착용해야 하고 사회생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녀들을 볼 때면 차별이 분명한 것 같다. 여성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차별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이 책의 배경은 방글라데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여성이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됐었나 보다. 이런 잘못된 관습 때문에 빚어진 이야기다.

  나이마의 아버지는 인력거(릭샤)꾼인데 밤늦도록 일해도 벌이가 신통치 않다. 그래서 나이마는 학교를 그만두고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하고 있다. 나이마는 몸이 좋지 않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집에서 쉴 수 있도록 잠시 동안이라도 자기가 인력거를 몰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시운전으로 인력거를 몰다가 사고만 낸다.

  가뜩이나 쪼들리는 살림에 인력거 수리비까지 들게 돼 엄마의 보물인 금팔찌마저 팔아야 할 상황이다. 나이마는 궁리 끝에 남장을 하고 인력거 수리점에 가서 수리비 대신에 조수로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러 간다. 그런데 수리점 주인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고 운 좋게도 나이마의 그림 실력을 인정해 수리비를 면제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잘 하면 조수로도 채용하겠다고 약속한다.

  재미있으며 감동적인 이야기다. 또한 방글라데시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준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을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되는 모양이다. 나이마는 어릴 적 남자 친구 살림과 만날 때마다 신호를 하고 숲에서 몰래 만나야 했다. 책 뒤에 이런 방글라데시의 풍습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중요한 것은 인력거 수리점 주인이었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2006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라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기억날 것이다. 그는 서민들을 위한 소액 금융 대출(마이크로파이낸스)로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게 도왔다. 이 책에서는 인력거 수리점의 주인 여자가 이런 대출을 받아 사업을 하게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이런 대출을 통해 방글라데시에서도 여자들이 자기 일을 갖게 되는 추세라고 한다. 다행이다.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그들의 역량을 발휘하게 될 기회를 갖게 돼서.

  여성과 남성의 무조건적인 평등은 있을 수 없다. 남성과 여성의 근본적인 성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그것이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세상이 점점 양성평등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 움직임은 더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노력들이 지속되고 있음을 이런 책을 통해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은 미국 도서관 협회의 아멜리아 블루머 프로젝트 상 수상작이다. 아멜리아 블루머는 여성들이 치렁치렁한 의상에서 해방될 수 있게 바지 착용 운동을 시작했으며 여성의 참정권 획득을 위해 노력한 미국의 초창기 여성 운동가다.

  <소녀와 인력거>는 여성 운동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표면에 내세우지는 않지만 나이마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힘을 보여준다. 아무튼 정말 여자라서 다행이었다! 인력거 수리점의 주인이, 그리고 나이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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