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마리 고양이
완다 가그 글 그림, 강무환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백 마리도 아니고 백만 마리의 고양이다.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릴 것 같다. 표지의 고양이를 안고 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피리 소리에 맞춰 넋이 빠져서 쫓아가는 쥐 떼를 떠오르게 하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같다.

  하지만 내용은 그와 전혀 다르다. 산골 마을의 깨끗하고 좋은 집에 외로이 살던 노부부가 적적함을 이기기 위해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 오기로 하면서 벌어진 이야기다.

  새끼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싶다는 할머니 말에 할아버지는 고양이를 구하러 고양이 언덕에 가지만 거기 있던 고양이들이 모두 예뻐서 몽땅 데리고 집에 온다. 고양이 떼가 오자 할아버지 집주변엔 난리가 난다. 고양이들이 물 한 모금 마시자 연못이 말라버리고 풀을 한 입씩 뜯어먹자 언덕이 벌거숭이가 된다(사실 이 부분은 이상하다. 고양이가 풀을 먹는다는 금시초문이다). 이 광경을 보고 놀란 할머니는 고양이를 한 마리만 남기는 놀랄 방법을 생각해 낸다. 아주 기발하다. 그저 “너희들 가운데서 누가 가장 예쁘지?”하고 물으면 된다.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책을 보시라. 할머니의 바람대로 딱 한 마리의 고양이만 남아있다.

   그림책이지만 세상에 대한 풍자와 경고를 담고 있다. 서로 ‘나 잘났다’고 으르렁거리면서 살다가는 이렇게 고양이짝이 난다는 이야기다. 현대는 무한경쟁 시대라고 한다. 어디에서건 경쟁을 해야 살아남는다. 잠시 동안의 경쟁도 아니고 끝이 없는 경쟁이라 한다.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가?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이겨내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말인데 그게 어디 세상인가 전투장이지. 우리는 검투사도 아니고 군인도 아니다. 그래서 삶의 현장을 전쟁터라고 비유하는 말이 싫다. 따라서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치열하게 사는 것이 좋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따뜻함이 늘 존재했으면 좋겠다. 또한, 이 책에서 보면 자중하고 자신을 낮추며 조용히 사는 것이 오래 사는 길이요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이라는 마크가 붙어 있다. 뉴베리상은 18세기 영국에서 최초로 아동도서를 만들었던 출판인 존 뉴베리를 기리기 위해 1992년에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만든 상으로서, 그 전 해에 출간된 어린이 책 중에서 문학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양서를 선정할 때 이런 수상 여부를 참조해도 좋을 듯 해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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