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동새 누이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23
이광익 그림, 박윤규 글 / 시공주니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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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옛이야기 중에는 원한 때문에 죽게 되어 꽃이나 새로 환생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아마도 이는 꽃이나 새의 이름을 짓다가 그들의 생김새나 우는 소리를 듣고 상상력이 발동돼 생겨난 일인 것 같다. 또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꽃이나 새로 다시 살아나서 세상을 누려보라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책의 접동새도 마찬가지다. 계모 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구형제의 막내 누이동생이 접동새(소쩍새)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 누이동생의 아홉 오빠들도 계모 때문에 죽을 운명에 놓이지만 다행히도 아버지의 도움으로 목숨만은 부지하고 한양으로 도망친다. 이들은 한양에서 열심히 공부를 해서 과거에 급제해 고향에 내려가서 여동생을 구하려 하지만 여동생은 이미 죽어 새로 환생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두 가지 형태로 전한다고 한다. 하나는 계모의 구박으로 집을 떠난 오빠들이 입신양명하여 돌아와 계모를 없애 억울하게 죽어 접동새가 된 누이의 원수를 갚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계모의 모함으로 접동새가 된 누이가 남겨진 어린 동생이 그리워 밤마다 서럽게 울며 다닌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둘이 접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두 가지 주제가 숨어 있다고 한다. 남아선호사상에 대한 비판과 자녀의 부모와의 분리가 자녀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전래동화에 숨어 있는 이런 깊은 뜻까지는 찾아낼 수는 없어 책 뒤 설명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 이야기에서는 전실 자식들을 향한 계모의 잔인성을 보여주는데, 계모가 이렇게 변한 것은 아홉 딸을 낳은 뒤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에서는 ‘아들을 낳지 못하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여기에 비춰 볼 때 계모는 ‘남아선호사상’이라는 그릇된 가치관 때문에 만들어진 괴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대와 환경이 사람을 망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자식들은 어머니와의 분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아홉 형제가 집에서 쫓겨난 뒤 열심히 노력해서 과거에 급제할 수 있듯이, 스스로 자기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자만이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그냥 재미있는 옛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런 깊은 뜻도 숨어 있다니 우리 옛이야기가 위대해 보인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에는 계모에 대한 편견만 키워주는 것이 아닐까 우려했는데, 그런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보다 사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글이었음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옛이야기를 볼 때 행간을 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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