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옷을 입은 아이들 보름달문고 36
김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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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어른인 내 문제의 해결에 바빠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는 소홀하게 마련이다. 나도 아이였던 적이 있었지만 그 시절 생각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무조건 어른의 입장에서만 아이들을 보게 된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은 그저 밥 잘 먹고 학교에 잘 다니면서 공부만 잘 하면 아무 걱정할 일 없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그밖에 일로 아이들이 고민하고 시무룩해져 있으면 그것은 오지랖이고 분에 넘치는 사치라고 야단치게 된다. 간혹 왕따와 같은 심각한 문제로 갈등을 빚는 아이들의 경우는 예외이지만.

  거울 옷을 입은 아이들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무거운 느낌이다. 왠지 좋지 못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거울하면 나를 비춰볼 수 있는 반성의 이미지가 강한 사물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거울 옷은 과연 무엇일까 무척 궁금했다.

  6학년인 선영이네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일어난다. 도둑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선영의 서랍에서 지갑이 발견되고 당번이라서 교실에 남아있었던 선영이 절친 미나마저 선영이가 훔치는 걸 보았다고 증언한다. 그 바람에 선영이는 졸지에 지갑 도둑으로 몰리게 되고, 공교롭게도 그 날 저녁에 선영이가 집 근처 축대에 달린 볼록거울을 보다가 축대 밑으로 떨어져 의식을 잃는 사고를 겪는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과 연관 있는 선영과 미나, 지희 세 아이의 이야기가 번갈아 펼쳐진다. 그러면서 누가 과연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탐색하고 추리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결국에는 범인이 누구인지도 밝혀지고 그런 일이 일어났던 근본적인 이유도 드러난다. 또한 안타깝게도 세 아이가 모두 심리적 고통을 안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책에 벌거벗은 임금님의 뒷이야기가 나온다. 사기꾼에게 속은 어리석은 임금을 못 믿게 된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기 시작하자 재단사가 꾀를 내어 거울 옷을 만들어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입힌다. 그러자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이 거울 옷을 입은 사람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것이 자신인지를 모른 채 거울 속의 사람을 때리고 욕하며 마을에서 쫓아낸다. 그런 후에 자기 마을에서는 그런 나쁜 자가 없으므로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고 믿으며 평화롭게 살더라는 이야기다. 진짜 무서운 이야기다.

  자기의 모습조차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들 이야기다. 자기의 잘못을 헤아려 직접 해결하지 않고 남에게 전가하려는 사람들 이야기다. 자신의 고통을 잊으려고 남을 희생하게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다. 세상 모든 문제의 해결은 나를 먼저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성인들과 현자들이 말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세상에서는 나를 돌아보는 반성보다는 거울처럼 나의 아픔과 고통을 다른 이에게 반사시키려고만 애쓰고 있는 것 같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이가 되어야겠다. 그럴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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