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심리 첩보전 - 전직 첩보요원이 밝히는 심리공작의 실체
노다 히로나리 지음, 홍영의 옮김 / 행복포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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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렸을 때 즐겨 봤던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첩보원이 주인공인 것이 많았다. 미국의 CIA 요원인 경우도 있었고 007처럼 영국의 첩보요원도 있었다. 아무튼 이때 본 첩보요원들의 모습은 얼마나 멋졌는지 모른다.

  그런데 첩보원과 스파이가 같은 뜻이면서도 왠지 첩보원 하면 긍정적인 의미인 것 같고 스파이하면 첩자라고 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지 모르겠다. 그래서 첩보원 하면 007처럼 자국을 위해 일하는 정보원이 떠오르고, 스파이 하면 마타하리나 한국의 마타하리라 불렸던 김수임이 생각난다. 이밖에도 첩보기관 하면 이스라엘의 모사드와 그 악명 높았던 소련의 KGB가 떠오른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스릴 있는 첩보 활동을 기대했었다. 보통 첩보하면 다른 나라의 기밀을 몰래 빼내는 활동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첩보 활동은 심리적인 첩보 활동이라고 해서 보통 흑색선전이라고 부르는 프로파간다(propaganda)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을 현혹시켜 자신들이 의도하는 쪽으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뀌게 하는 것을 프로파간다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것의 여러 활용 유형을 소개하고 그것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활용되었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는지를 알려준다.

  이런 흑색선전을 사용해 권력을 거머쥔 사람 중에는 히틀러를 따를 자가 없을 것  같다. 히틀러가 단번에 독일인의 환심을 살 수 있었던 것은 히틀러의 뛰어난 웅변력 덕도 있었지만 나치스 정권의 선전 장관이었던 괴벨스의 교묘한 선동정치의 힘이 컸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히틀러의 사례를 비롯해 실제로 있었던 많은 선전 활동의 예를 소개하면서 자국에 유리한 정치 활동을 위해 각국이 어떻게 프로파간다를 이용해 주는지를 알려주며, 또한 상대방에게서 입수한 이런 프로파간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들도 개발, 활용 중에 있음도 알려준다.

  이 책에는 놀라운 사실들이 많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연합국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군인의 죽음을 조작해서 독일이 연합국의 공격로를 오판하게 한 적도 있었고, 이라크 전쟁 때 미국이 일본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를 상영하고 그 영화의 주인공인 톰 크루즈를 일본에 방문하게 했다는 이야기 등 놀라운 사건들이 많다. 이밖에도 우리나라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이 자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용한 보도 조작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그동안 너무나 순진하게(?) 살아왔고 세상을 너무나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정보의 힘이 대단해지고 있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정보를 통해 상대를 혼란에 빠지게 하고 무력화시키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교묘한 방법들을 고안하고 연구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부르짖는 세계 평화가 얼마나 입에 발린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세상을 볼 때 한 면을 보려 하지 말고 여러 면을 고루 살펴보는 지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다소 전문적이기는 하나 세계 정치의 속성을 파악하기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넓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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