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안경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2
김성은 지음, 윤문영 그림 / 마루벌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부모와 자녀로만 구성된 핵가족이 보편화된 요즘 세상에서는 거의 볼 수 없게 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할아버지의 손자에 대한 사랑이 물씬 풍기며, 대를 이어 무언가를 전수한다는 것이 영 낯설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렇게 대를 이어 물건을 전달하는 것은 좋은 풍습인 것 같다. 나도 이다음에 늙으면 나만의 소중한 물건을 내 아이들에게 남겨야겠다.

  할머니를 잃고 홀로 되신 할아버지가 아이 집에 살러 오게 되면서 아이의 생활은 즐거워진다. 할아버지는 마당 구석구석에 꽃을 심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에도 길에까지 아이 마중을 나온다. 아이가 심심하다고 할 때에는 자전거 뒤에 태우고 공원을 돌아보기도 하고, 함께 그림책을 읽기도 한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실 때 할아버지는 안경을 끼신다. 칠도 벗겨지고 한 쪽 다리에 테이프가 붙어 있는 아주 낡은 안경이다. 아이는 요새는 그런 안경을 쓰는 사람이 없다며 새 것으로 바꾸라고 하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거쳐 아버지로 이어져 이제는 자신에게 대물림된 소중한 안경이라고 말씀하신다.

  아이는 할아버지 집에 안 계신 날 책장 위에서 연을 꺼내다가 그 안경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모르는 척 연을 들고나가 신나게 놀다 집에 오지만 걱정이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이미 그 안경을 고쳐서 쓰고 계셨다. 그러면서 괜찮다고 말씀하신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아이는  나중에 자기가 할아버지가 되면 안경을 쓰겠다고 한다.

  낡은 안경이 할아버지와 아이의 마음을 보다 끈끈하게 이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아이가 할아버지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내 아이들도 그렇지만 요즘 조부모와 손주의 관계가 많이 소원한 것 같다. 아무래도 같이 살지 않다 보니 서로 간에 정을 쌓을 기회가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추억을 공유할 시간도 없고 서로 마음을 확인해 볼 시간도 없다. 이 안경 같은 매개물이 있어서 서로가 정을 나눠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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