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이 무엇인고 - 그림이 된 예술가 나혜석 이야기 샘터 솔방울 인물 4
한상남 지음, 김병호 그림 / 샘터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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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화가에 대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우리가 비교적 모르고 있는 국내 화가들에 관한 책에서부터 해외 작가까지, 최소한 어떤 화가들이 있었고 주요 작품으로는 무엇이 있는 정도로는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중학생인 딸과 함께 보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찮게 듣게 된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보통 ‘최초의’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면 훨씬 더 관심을 받게 마련인데, 여태껏 그녀의 작품을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나혜석이 화가였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녀는 화가였고 문인이었으며 여성학자이었으며 독립운동가였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나혜석은 여성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오빠 덕에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녀는 수원 삼일여학교와 진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열여덟 살에 도쿄여자미술학교 서양화부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화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또한 그녀는 도쿄의 조선유학생 학우회에서 만든 ‘학지광’이라는 잡지에 ‘여자도 사람’이라는 내용을 주제로 하는 최초의 여성해방평론인 <이상적 부인(여성)>이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글도 쓰기 시작한다. 그 후에는 도쿄의 여자 유학생들이 만든 <여자계>라는 잡지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해방 소설이라는 할 수 있는 <경희>와 라는 소설을 발표하고, <회생한 손녀에게>라는 당시 항릴 애국 의식을 담은 유일한 소설을 발표한다. 이로써 나혜석은 근대문학 최초의 여성 작가로도 손꼽히고 있다.

  나혜석은 3.1 만세운동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5개월간 옥살이를 하고 그 후 변호사였던 김우영과 결혼을 한다. 결혼 후에도 나혜석은 집안일을 하면서 창작 활동도 열심히 한다. 1921년에, 우리나라 미술사상 두 번째의 개인전이었고 여성으로서 그리고 서울에서 열린 것으로는 최초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1922년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농가>와 <봄이 오다>라는 작품이 입선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제5회 선전에서는 <천후궁>으로 특선을 한다.

  그 뒤 남편과 유럽을 여행하면서 서양화가들의 작품들을 직접 볼 기회를 갖지만 이것 때문에 남편과 이혼하는 계기가 된다. 남편과 이혼한 뒤에도 예술혼을 불태워 <정원>이라는 작품으로 선전에서 특선을 하고 일본제국미술원전람회(제전)에서도 입선을 하지만,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그녀는 쇠퇴일로를 걷게 되고, 나중에는 길 위에서는 아는 이 없이 죽음을 맞게 된다.

  오랜 인습의 굴레에 묶여 있는 여성을 개혁하기 위해 애썼고 훌륭한 화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그녀가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게 돼서 무척 안타깝다. 책을 통해서나마 그녀를 알게 되고 그녀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다소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개화기나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작가나 예술가들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부족하다. 그들보다 훨씬 오래 전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잘 알면서도 우리와 가까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시절이 우리에게는 치욕스런 때이었지만, 그때를 살았던 분은 우리는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준 분들이다. 그래서 더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할 것 같다. 그 시대의 역사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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