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젱기닥살 샘터어린이문고 9
황복실 지음, 윤현지 그림 / 샘터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섬 마라도를 지키는 섬지기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솔뫼의 이야기 다. 솔뫼는 가공의 인물이지만, 작가는 마라도에 살고 있는 형부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그 형부는 제주 4.3사건 때문에 엄마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언니의 남편으로, 작가는 그런 언니가 자기에게 있었다는 것도 어른이 된 뒤에서야 알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제주 4.3사건이 제주도민의 삶과 정신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등장한다. 맹순할머니라고 해서, 바람만 불면 해녀복을 입고 이어도타령을 부르면서 바다로 뛰어들려 하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할머니가 나온다. 맹순할머니가 이렇게 된 것은 제주도에 큰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마라도에서 아기를 업고 친정집에 와보니 친정식구들은 끌려 가서 모두 죽고 없었다. 넋이 빠져 가족들의 시신을 찾으러 다니는 동안에 자신의 아기마저 폭격으로 사망을 하게 되자 정신을 놓게 된 것이었다.

  이 때 마라도도 피해를 입었고 등대를 부수자는 얘기도 있었는데, 그것을 극구 말린 것이 솔뫼 할아버지였다고 한다. 대를 이어 등대를 돌보는 솔뫼 큰아버지는 섬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한다. 솔뫼는 초등 5학년생으로 그림을 잘 그리며 다리를 전다. 아빠를 풍랑으로 바다에서 잃고 엄마마저 서울로 도망을 가자 큰아버지집에서 산다. 아이가 없는 큰엄마는 솔뫼를 친자식처럼 아끼지만 아직까지 솔뫼는 엄마가 밉고 세상이 싫을 뿐이다.

  그런 솔뫼가 희망적인 아이로 바뀌게 된 것은 하나네 식구들 덕분이다. 하나네는 2학기가 되어 마라도로 이사를 오는데, 화가인 하나 엄마가 솔뫼의 그림을 보고는 자기와 함께 서울에 가서 소년원의 담장벽화를 그리자고 제안을 한다. 솔뫼는 담장 그림으로 마라도를 그리면서 희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서울에서 사업 실패 후 노숙자로 살다가 죽을 곳을 찾아 마라도까지 오게 된 성재 아저씨는 솔뫼를 보면서 다시 가족과 만날 용기를 찾게 되고, 몰래 서울로 도망가서 재혼을 한 솔뫼 엄마도 신문을 보고 찾아와서 솔뫼에게 용서를 빈다. 슬픈 일도 많았지만 마라도에서 꿈과 용기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서 솔뫼는 영원히 마라도를 지키는 섬지기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구젱기닥살이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 구젱기닥살은 소라껍데기를 뜻하는 제주도의 방언이다. 바다의 소리를 간직한 소라껍데기처럼 희망을 간직한 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책 제목인 것 같다.  

  마라도는 우리나라 맨 끝에 있지만 친숙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남쪽 끝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라 방송에서 몇 번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마라도에 대한 이야기여서 더욱 궁금했고, 예상과는 달리 슬픈 이야기가 많아서 마음도 아팠지만, 솔뫼가 희망을 찾게 되어서 무엇보다 기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