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탈출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3
토비 리들 지음, 신윤조.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서 <빠비용>이나 <쇼생크 탈출>과 같은 감옥에서의 탈출을 연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동물들의 동물원 탈출이다. 하긴, 이것 또한 감옥에서의 탈출이니, 같은 맥락의 탈출이겠다. 

  어찌됐든, 이번의 탈출자는 개미핥기, 코끼리, 거북, 홍학이다. 이들의 탈출동기는 책에 밝혀지지 않았으나, 짐작대로일 것이다. 이들은 부둣가의 친구인 개의 보살핌으로 하룻밤을 무사히 넘긴 다음 옷을 시내를 활보하면서 킹콩이 나오는 영화도 보고, 미술관에도 간다.

  이들의 성공적인 탈출이 사람들의 화제가 되자, 이들은 도시를 벗어나기로 한다. 개미핥기만이 도시에 남기로 하고. 그런데 개미핥기는 박제 가게 앞에서 기절하는 바람에 동물원에 붙잡혀 간다.

  도시를 떠난 동물들은 화물차 종점에 가서 철도회사에 취직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에 지친 코끼리는 분수를 보자 참지 못하고 들어가고, 그 바람에 동물원에 잡혀 간다. 거북은 홍학과 국경까지 가지만, 식당에서 뒤집히는 바람에 동물원에 끌려간다. 홍학만이 끝끝내 잡히지 않고 탈출에 성공한다.

  영국의 어느 호수에서 홍학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그게 사실인지 모른다고 이 책에는 나와 있다. 그런데 책의 그림은 홍학의 모습을 네스 호의 괴물을 연상시키도록 그려놓았다. 교묘한 이이기다.

  그리고 끝에는 이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이 책만이 정확한 기록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말이 어찌나 웃긴지 모르겠다.

 그림도 무채색으로 인상적으로 그려놓았다. 마치 과장 없이 담담하게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의 마지막 문장에 대한 부연 설명처럼.

  따라서 제목은 거창하나 ‘믿거나 말거나’ 투의 옛이야기 한 편을 들은 느낌이다.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좋다. 박제된 동물 가게 앞에서 기절한 개미핥기, 분수대에 꼭 끼어 있는 코끼리, 뒤집혀서 버둥대는 거북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들에게는 절박한 순간이었겠지만 우리에게는 얼마나 우스운 모습인가? 이게 바로 사람이 가진 숨겨진 마음이겠지.....그러면 안되는데.....반성해야겠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날개를 가진 홍학만이 탈출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날개가 있어 멀리 갈 수 있으니 당연히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을 볼 때 지금 나의 환경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으면 모를까, 지금의 환경에서 발을 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 환경에서 최선책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안일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혁명보다는 개혁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즐거운 이야기에 비약이 너무 심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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