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가는 길 베틀북 그림책 97
심스 태백 글.그림, 김정희 옮김 / 베틀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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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딸이 있다면 무척 사랑스러울 것 같다. 아빠가 너무나 보고 싶어 자신을 소포로 포장해 우체국에 가서 발송하겠다는 딸이다. 자신이 들어갈 큰 박스도 마련하고 그 위에 우표도 그리고 주소도 정성껏 쓴 뒤 상자에 들어가서 친한 친구에게 우체국에 가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부쳐진 소포가 아빠에게 발송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우편물이 어떻게 보내는지도 알려준다.

  그렇지만 책에는 아빠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깜찍하게도 아이는 아빠를 위해 자신을 발송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기 목적을 위해 발송하는 것 같다. 아빠가 자신을 우편물로 받은 뒤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놓았는데 그게 다 자기를 위한 것이다. 따뜻한 목욕물로 자기가 목욕하게 해주고 자기가 좋아하는 달콤한 사탕과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속이 보인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아빠랑 함께 있는 것이라고 덧붙여 놓았다. 정말 애교 만점이다.

  이런 딸이라면 딸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속이 빤히 보이지만 이럴 땐 속아 넘어가 주어야 한다. 그게 부모의 센스다. 아이가 이렇게 부모에게 어리광부리고 귀염을 떠는 때도 한때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마치 부모를 위한 책인 것 같다. 아이가 그렇게 사랑을 원할 때 마음껏 사랑을 주라고 일러준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가족을 위해 애쓰는 아빠를 많이 사랑해 주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림도 화사하고 재미있다. 심스 태백 특유의 화면 가득히 뭔가 볼거리를 잔뜩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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