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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코뿔소 - 1단계 ㅣ 문지아이들 12
미하엘 엔데 글, 라인하르트 미흘 그림, 김서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5월
평점 :
‘제 꾀에 제가 넘어갔다’는 말이 생각나는 그림책이다.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의 작품이라 더욱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욕심 많은 코뿔소 이야기다. 물웅덩이를 혼자서 독차지하려는 코뿔소가 결국은 벌거숭이가 되어 떠나게 된다는 얘기다.
동물들의 이름이 재미있다. 각 동물의 특성에 맞게 붙여졌다. 코뿔소는 코로바다이고 혹멧돼지는 우둘두둘, 코끼리는 코로가마, 사자는 사나우나, 황새는 횡설수설 교수, 영양 야실야실, 하이에나는 힐끔핼끔, 다람쥐는 두리반짝이다. 참 재미있지 않는가?
온몸을 갑옷으로 무장하다시피한 코뿔소 한 마리가 물웅덩이에서 살면서 텃세를 부리자 동물들은 따로 모여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까 모색한다. 사자 사나우나의 사회 아래 회의가 진행되는데, 혹멧돼지, 황새, 다람쥐, 영양 등이 내놓는 의견들이 어쩜 그렇게 자기들하고 똑같은지 모르겠다. 결국 어떤 의견도 채택되지 못하지만, 이들의 모의를 안 코뿔소가 더 사납게 나오자 결국 동물들은 영양의 말대로 물웅덩이를 떠나게 된다.
코뿔소 등에 붙은 기생충을 쪼아먹는 쪼아쪼아라는 새만 남는다. 쪼아쪼아는 코뿔소가 다른 동물들은 쫓아버렸다는 데 화가 나 코뿔소를 골려줄 계획을 세우고 멋지게 성공한다.
왕이 됐으니 동상을 세우라는 쪼아쪼아의 말대로 하던 코뿔소는 스스로 동상이 되어 서 있다가 나중에는 가죽과 몸이 분리될 정도로 비쩍 마른다. 그러다가 도저히 이 상황을 못참게 된 코뿔소는 벌거숭이가 된 채로 가죽에서 나와 도망친다. 그 뒤 동물들은 물웅덩이로 돌아오고 평화가 온다.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다. 주제 의식도 분명하다. 주제에 대한 설명이 책 뒤 글에 잘 적혀 있다. 코뿔소처럼 아무리 사납고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라도 내면에는 나약한 면이 있으니,무조건 피하지만 말고 그런 점을 밖으로 끌어내 개과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말이다. 쪼아쪼아처럼 슬기롭고 용감한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