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필요하다 낮은산 어린이 10
공지희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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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에는 ‘공주’라는 말이 그다지 좋은 듯으로 쓰이지 않는다. 여성스러움이 지나친 여자를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쓸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공주로 나오는 춘희는 분명 공주인 것 같다. 그리고 제목처럼 이런 공주라면 세상에 얼마든지 필요하고 또 꼭 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이 책은 왕따에 관한 것이다. 새 학년이 된 첫날부터 송이는 두렵다. 주위를 살피는 아이들을 보거나 서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떠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금 빨리 친한 친구를 찾지 않으면 반 아이들 중에 누구를 왕따시킬까 노리는 못된 아이들의 표적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 해 같은 반을 했던 낯익은 아이들에게 다가서지만 그 아이들이 거부한다. 그런 순간에 춘희라는 비쩍 마른 아이가 친하게 인사를 건네 온다.

  그렇지만 송이는 두렵다. 송이가 모르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자기를 놀리려는 아이는 아닌지, 자기를 괴롭히기 위한 술수는 아닌지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무섭다.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았다. 그저 송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먼저 다가온 아이다.

  이제 송이는 춘희가 너무나 고맙다. 자칭 공주라고 하는 춘희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막상춘희네 집에 가보니 춘희는 공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짧아진 옷에 작아진 실내화. 실내화가 작어서 어쩔 수 없이 구겨 신는데 그것 때문에 학교에서 벌은 설 정도다. 산꼭대기에 있는 허름한 집은 더 그렇다.

  그렇지만 춘희는 분명히 공주다. 마음이 따뜻한 공주다. 편찮으신 춘희 아버지에게는 더 없이 사랑스럽고 유일한 공주다. 전에는 춘희가 외적으로도 공주였던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마음을 빼놓곤 그 어디에서도 공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하지만 한 번 공주는 영원한 공주다.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진정 공주가 될 자격이 될 수 있다. 춘희 공주를 세상 모든 곳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춘희의 환경이 너무나 마음 아프게 그려졌고 나중에 보게 되는 춘희의 모습도 여전히 공주답지 않지만 언젠가는 춘희가 공주 대접을 받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래야 세상은 살맛이 날 것이다. 편찮으신 아버지를 위해서도,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도 공주가 필요하다는 춘희의 말이 귓가에 생생하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공주와 왕자이다. 어떤 집에서든 공주와 왕자 대접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마음과 행동 또한 공주와 왕자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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