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쥐 이야기 비룡소 전래동화 1
장철문 지음, 윤미숙 그림 / 비룡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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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우리나라 전래 동화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제목은 처음 보는 것이어서 무슨 얘길까 기대하면서 읽었다. 쥐가 콧구멍을 오락가락한다니 다소 섬뜩하기는 했다. 그림으로 그려진 쥐는 아주 깜찍하지는 했지만.

  이야기는 이렇다. 비오는 날 낮에, 바느질 하던 할머니는 옆에 잠을 자던 할아버지 콧속을 작은 흰 생쥐가 호로록 호로록 들락거리는 것을 본다. 그러더니 생쥐가 비오는 마당으로 내려서서는 낙숫물을 건너지 못하고 뱅뱅거리자 바느질자로 다리를 놓는다. 그러자 쥐가 거기를 건너서 지나가는 거다. 그래서 할머니를 흰쥐가 어디로 가나 쫓아가 보는데 어느 돌담 아래로 가서는 사라진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할머니에게 낮잠에서 깨어난 할아버지가 꿈 얘기를 하는데, 아까 쥐가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할아버지가 꿈속에서 했다는 것이다. 이를 기아하게 여긴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쥐가 사라진 곳에 가보자 황금 항아리가 있었고, 이후 할아버지, 할머니는 부자가 되어 살게 된다.

  할머니가 흰쥐를 돌봐줘서 복을 많은 모양이다. 그런데 다른 이야기와 달리 왜 할어머니, 할아버지가 복을 받게 되었는지가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할머니가 물웅덩이를 건너지 못하는 쥐에게 다리를 놓아준 것만으로 복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흰쥐가 할아버지가 콧구멍을 늘락 날락 했을까?

  그 의미는 혼쥐 설화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전에 ‘이야기 도둑’이라는 동화를 읽었는데 그 동화에서도 사람에게는 저마다 두 개의 혼 쥐가 있어서 밤에 콧구멍을 통해 들락날락 한다는 이야기를 읽은 것이 생각났다. 이렇게 사람의 혼을 사람의 몸속에 있는 또 다른 생물이라 인식하며, 사람이 잠드는 동안 그 생물이 겪는 일들이 꿈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혼쥐 설화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혼쥐 설화는 세계 여러 민족에게서 발견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흰쥐를 그런 생물로 보았다면, 일본에서는 등에, 북방 민족에서는 푸른 벌레·벌·거미로, 독일에서는 흰 쥐나 작은 새, 샌달(Sandal) 족에서는 도마뱀으로 나타내었다고 한다. 이런 설화는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해 했던 원초적 사고 양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 책은 우리 조상들이 사람의 영혼에 대해 가졌던 생각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세계 최대 규모인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출간된 어린이 책 가운데 각 분야의 최고 아동서에게 주는 상인 라가치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윤미숙(<팥죽할멈과 호랑이>로) 님의 그림과 시인 장철문 님의 리듬 있는 글이 어우러져 있어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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